꿈을 잃은 그대에게(16)

 『저도 그런 생각에는 동감입네다. 왜냐하면 첫번째 자술서에서 밝힌 운전코스와 통과시간이 두번째 자술서 내용과 맞지를 않기 때문입네다. 첫번째는 장마당을 돌아서 리복실고개 쪽으로 올라왔다고 돼 있는데 두번째는 월암리로 들어가는 숲길을 이용해 리복실고개 쪽으로 올라왔다고 적혀 있어요.』

 리상위의 설명이 끝나자 문중위가 수사방향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시간 끌지 말고 바루 잡아넣어 강압수사로 돌아서면 어드렇겠습네까?』

 그 의견에 리상위가 제동을 걸었다.

 『군의관의 소견으로는 아직 그럴 시간이 아니라는 거야.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또다시 충격을 주면 곽인구 사관은 돌아버릴 위험이 있다는 거야.』

 문중위는 리상위의 설명이 너무 나약하다는 표정이었다.

 『돌아버리면 돌아버린 대로 처리하면 되는 거지 뭐 그런 데까지 신경을 씁네까?』

 말없이 듣기만 하던 박중위가 자기 생각을 드러내 보였다.

 『아니지. 곽인구 집안에서 고위층에 신소라도 하게 되면 우리가 감옥소 보낼 놈 잘못 건드려 다치는 수가 있으니까 그렇지, 우리가 왜 그런 봉패를 당해야 하나, 문동무?』

 머리가 가려운지 뒤통수를 벅벅 긁어대던 림창배 소좌가 결론을 내렸다.

 『동무들! 여러 말 말고 내 시킨 대로 하라. 수갑 채워 잡아넣는 일은 상무의 승인을 받은 다음에 생각하고, 우선은 자연스럽게 유도해내는 쪽으로 수사방향을 정해 보라. 망원과 망책들한테서는 뭐 도움 될만한 정보가 없었는가?』

 림창배 소좌가 문중위에게 다시 물었다.

 『사단 후방부 망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죽은 사관장이 돈을 엄청 모아 놨다는 겁네다.』

 『동무, 공화국 군대에서 후방부 사관장 하는 놈 치고 돈 못 모은 놈도 있네?』

 『기건 기렇습네만.』

 수사반장이 답답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그는 다시 한번 주의를 줄 듯 피우고 있던 담배를 급히 비벼 껐다.

 『동무들은 아직도 이번 수사의 중요성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료해(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쌀 몇 마대 빼먹은 거나 밝히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군단의 요구 사항을 적당히 풀어주면서 사단 정치부와 보위부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우리가 만들어 내자는 데 핵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전사관 쪽에서 실마리를 찾아내야 돼. 죽은 사관장 뒤를 캐면 또다시 욕보이는 길이 돼 알겠는가?』

 『화물차 쪽에서 결함을 찾아내어도 안된다는 말입네까?』

 『기렇지. 운전사관의 운전조작미숙이나 군단 상무(지휘부)에서 납득할 만한 사유를 우리가 만들어 내야 된다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