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그대에게(6) 그러다 림창배 소좌는 보위일꾼들의 귀를 빌렸다. 내부 기밀사항이 밖으로 새나가거나 다른 부서의 일꾼들이 들어서는 안될 극비사항이라고 강조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기런데 문제는 말이야, 군단장 넝감(영감)과 사단장 넝감의 견해가 다르다는 점이야. 군단에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하는데 비해, 사단에서는 이번 사고도 종전에 발생한 여러 사건 사고들처럼 조용히 처리하자는 쪽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동무들?』

 림창배 소좌의 담화내용을 지도수첩에 적고 있던 3명의 보위일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림창배 소좌는 다시 으흠으흠 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만약 이번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지 않고 정확히 원인 규명을 하여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면 책벌을 당한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기야. 종전에 발생한 이와 유사한 사건 사고들은 조용히 덮었으면서 왜 이번 사고만 들고일어나 자기들의 정치생명을 끊어놓느냐는 것이디. 이렇게 되면 우리 보위부도 끌려 들어갈 위험성이 높아. 왜냐하면 근간에 일어난 유사한 사건 사고들을 모두 재수사 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거이 랑패야. 만약 재수사를 받게 되면 사단 정치부와 보위부는 쑥대밭이 된다는 기야. 사건 사고마다 정치부와 보위부가 깊이 얽혀 있고, 치명적인 결점들이 많으니까니…, 기래서 사단장 넝감과 상급참모들은 군단에서 뭬라고 하든 말든 이번 사건도 종전 방식대로 처리하자는 기야. 기래야 보위부와 정치부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디.』

 수사과 보위일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건이 수령 동지나 지도자 동지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체제를 비판하는 7번사건도 아닌데 서로들 다쳐가면서까지 사고를 매듭지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견해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사단 보위부의 입장이라고 림창배 수사과장은 힘주어 말했다.

 『와 기런가 하면 말이야, 군단에서 내려온 상급참모가 어제 권양작업을 할 때 운전석에서 나온 조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발견했다는 기야. 그 보따리 속에는 하얀 이밥으로 뭉친 주먹밥과 고기쪼박(조각)이 들어 있었는데, 이거이 사단 후방부에서 준비해간 주먹밥이 아니란기야. 사민(私民)들이 제공한 걸로 추측하고 있는데, 이걸 본 군단 상급참모가 투덜거렸다는 기야. 위대한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는 전체 인민들을 위해 밤잠마저 설치시고 계시는데, 고급 당간부의 자식들은 사민들로부터 하얀 이밥과 고기쪼박이 든 주먹밥을 받아먹으며 간나들의 품안에서 후방사업을 하고 있다고. 이건 결국 하루 세 끼 끼니 잇기도 힘든 일반 사민들이 하얀 이밥으로 주먹밥을 뭉쳐 사관장이나 운전사관한테 갖다 고일 때는 이쪽에서도 입쌀 마대가 빠져나갔던지, 장마당에서 나도는 군수용 후방물자가 사민들 쪽으로 빠져나갔다는 기야.』

 림소좌는 언성을 높이며 말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