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그대에게(5) 군의관은 담화실로 그를 안내했다.

 『좀 앉기오. 생각지도 않던 사고가 발생해 걱정이 많갔습네다.』

 군의관이 두 중대장과 같이 의자에 앉으면서 보위지도원을 건너다봤다.

 『지휘부에서 화물차 전복사고를 조사해서 급히 보고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언제쯤 예심이 가능하갔습네까?』

 『사고를 낸 곽인구 사관 말씀입네까?』

 『기렇시요.』

 『졸도 상태에서 깨어나긴 했습네다만 아직은 며칠 더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네다.』

 『구체적으로 며칠이나?』

 『글쎄요. 3~4일 정도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소.』

 『상처가 심합네까?』

 『외상은 없습네다. 차에서 떨어질 때 머리에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아직 사물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네다.』

 『기럼 어케 하나? 지휘부에선 급하다고 독촉을 하고.』

 중대 보위지도원은 군사부 중대장과 정치부 중대장을 바라보며 난감해 하다,

 『기럼, 군의관 동지께서 그 동안 지켜본 소견서를 하나 써 주기오. 지휘부에 보고하고 보고시기를 며칠 늦추어 볼 테니까니.』하며 사단 보위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리기오.』

 군의관은 진료실로 들어가 금방 소견서를 작성해 나왔다. 리상위는 소견서를 들고 사단 보위부로 올라갔다.

 사단 보위부 수사과장은 군의관이 소견서를 읽어보다 수사과 소속 보위부 일꾼 3명을 데리고 담화실로 들어갔다.

 『동무들, 내 말 잘 들어라우.』

 림창배 소좌는 보위부 일꾼들이 앉자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아침 군단 정치부에서 수사의뢰가 들어왔는데, 엊그제 전복된 사단 후방부 화물차가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그런 단순한 화물차가 아니고 일본 조총련을 통해 수입한 일제 「이스즈」 엔진을 단 화물차라는 기야. 우리 군단에는 금년 1월 지도자 동지의 지시로 포차등 총 600여대가 배치되었는데, 그 사이 50여대 이상이 사고를 냈다는 기야. 기래서 이번 사고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기야. 단순한 운전조작 미숙이나 천재지변에 의한 도로사정악화로 발생한 전복사고인가, 아니면 차량이나 엔진의 결함에 의한 사고인가 하고 말이야. 이번 사고가 운전조작 미숙에서 발생한 사고 같으면 서둘러 수습해도 별 문제가 없는데, 차량이나 엔진의 결함에 의한 사고 같으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어야 된다는 기야, 군단 정치위원의 복안은.』

 수사과장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잠시 보위원들의 표정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