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잃은 그대에게(4) 그런 두려움 때문에 가만히 누워 있을 수도 없었다. 인구는 모포를 뒤집어쓰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곽인구, 정신차려 봐.”

 이튿날 아침 누군가가 깨우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보니까 병상 앞에 군의관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대 군사부 중대장과 정치부 중대장이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엔 중대 보위지도원이 군의관 옆에 서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인구는 극심한 공포감에 앉은 채로 벌벌 떨어댔다.

 “이거 보여?”

 군의관이 들고 있던 원주필(볼펜)을 눈앞에 갖다대며 물었다. 인구는 벌벌 떨면서 원주필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흐릿하게 안개가 낀 듯한 눈앞에서 원주필의 모습이 드러났던 것이다. 군의관이 다시 물었다.

 “몇 개야?”

 처음에는 한 개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까 세 개로 보였다. 인구는 겁 먹은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세, 세 갭네다.”

 “그럼 이건 무엇인가?”

 군의관 옆에 서서 잠잠히 지켜보고 있던 보위지도원이 려과담배를 한 개피 빼내 인구의 면전에 갖다댔다. 인구는 왜 이런 것을 자꾸 물을까 하면서도 낮게 대답했다.

 “담뱁네다.”

 “이건 무언가?”

 “라이텁네다.”

 “무슨 색인가?”

 “뿌연 회색입네다.”

 보위지도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군의관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을 회색이라고 대답하니까 군의관은 인구의 눈꺼풀을 걷어올리고 잠시 동공을 내려다보다

 “아직도 눈앞이 뿌옇고 따갑는가?”

 하고 물었다. 인구는 낮게 대답했다.

 “녜. 눈물이 흐르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습네다.”

 “며칠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아무 생각 말고 쉬라우.”

 군의관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하달하고 밖으로 나갔다. 곁에 서 있던 운수중대 군사부 중대장과 정치부 중대장이 뭐라고 속삭이며 뒤따라 나갔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보위지도원도 뒤늦게 구급실을 나갔다.

 “리상위. 인사하기요.”

 보위지도원이 현관으로 나오자 중대 군사부 중대장이 군의관을 소개했다.

 “수고가 많으십네다. 사단 보위부에 복무하다 얼마 전에 대대 보위부로 내려온 리상입네다.”

 보위지도원이 그때사 몸가짐을 낮추며 손을 내밀었다. 군의관이 손을 내밀며 덩달아 허리를 굽혔다.

 “아, 그러십네까. 몰라봐서 미처 인사도 못했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