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그대에게(3) 깜박 잠이 들었던 위생병이 인구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눈을 뜨며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옵네까?』

 『저어기.』

 인구는 턱으로 위생실을 가리키며 군의관실 쪽을 기웃거렸다. 직일군관은 안에서 자고 있는지 대르릉대르릉 코 고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려왔다. 위생병이 물었다.

 『이제 머리는 아프지 않습네까?』

 『음. 그저 멍멍해.』

 『차에서 떨어지며 머리에 충격을 받았다던데… 사고 순간 기억나지 않습네까?』

 『모르갔는데, 우리 사관장 동지는 어디 있는가?』

 『낮에 말해 주었잖습네까, 종합병원으로 후송되었다고.』

 『왜?』

 인구는 갑자기 어리벙벙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자기 곁으로 다가와 주사를 놔준 기억은 나는데 사관장이 사고 현장에서 즉사하여 종합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럼 차는 어케 되었다던가?』

 『직승기(헬리콥터)로 들어올려 운수중대로 끌고 왔시요.』

 『입쌀은?』

 『대기중대가 출동해 수거해 왔시요. 기것도 아까 이야기 해주었는데… 전혀 기억이 없습네까?』

 흡사 꿈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었다. 위생병은 주사를 놔주러 들어와 다 이야기해 주었다고 하지만 인구는 들은 기억이 없었다. 머리 속이 완전히 뒤죽박죽이 된 느낌이고 사관장이 죽어서 종합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그 소식이 자꾸 눈앞을 흐리게 했다.

 인구는 구급실로 들어와 다시 누웠다. 어지러웠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느낌이었고, 심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매스꺼운 증세도 밀려와 괴로왔다.

 나는 이제 어드렇게 될까? 사관장이 죽었다는 소식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다. 사관장 동지, 하고 크게 불렀을 때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렸으면 죽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왜 미련스럽게 졸고 있다가 죽어버렸을까?

 사관장이 죽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은 도리 없이 조사를 받고 감옥살이를 하여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병대대 윤무호 운전사관이 술을 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죽여 1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소로 끌려갔으니 그도 10년쯤은 감옥살이를 해야 될 것 같았다.

  보위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재판에 회부되어야 할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면서 또다시 눈동자 밑에서 뜨거운 바람이 이는 것 같았다. 인구는 부르르 몸을 떨다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금시 보위부 군관이 다가와 손목에 수갑을 채워 감옥소에 처넣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