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 쯤(19)

 지하 3층에는 각종 기밀 문건과 탄약·통신장비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와 구류장 등이 마련되어 있었고, 지하 4층에는 인근 구성시나 신의주 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지하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낙원군 사회안전부 청사는 밖에서 볼 때는 3층으로 보이지만 안에 들어와서 입체 도판(圖板)으로 볼 때는 7층 건물로 되어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상체를 똑바로 세운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겨 놓으며 사회안전부 강당으로 들어갔다. 정치부 지도원들이 앞에 나와서 지휘를 하다 대열로 들어갔다. 강당에는 안전원 150여명과 인민경비대 소속 대기병력 200여 명이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도란도란 속삭이다가 곽병룡 상좌와 김문달 중좌가 들어서자 자세를 바로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강당 안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 사람은 지정된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정치부 일꾼들이 착석 구령을 붙이자 전체 성원들도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 좌석에 서 있던 정치부 일꾼이 안전부장의 훈시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 곽병룡 상좌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으로 나갔다. 그는 「8백만톤 알곡 고지 점령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신년사 관철에 대하여」란 주제로 일장 훈시를 했다.

 곽병룡 상좌는 금년에도 낙원군 내의 당기관(노동당 기관의 약칭)·행정기관·안전기관·각급 공장·기업소는 5월 둘째주 월요일부터 모내기전투가 끝나는 6월 초순까지 농촌노력지원을 하게 되는데 사회안전부는 우당리 협동농장과 좌당리 협동농장을 지원해야 된다고 했다.

 1959년 내각결정 81호에 의거, 20여년 넘게 시행돼오고 있는 농촌노력지원 사업은 수령 동지께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사업이므로 사회안전부 전체 성원은 모내기전투가 끝나는 날까지 이신작칙(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전부장의 훈시가 끝나자 김문달 중좌가 나가서 모내기전투 세부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매주 3일씩 2교대로 모내기 지원을 나가는 연속지원조는 좌당리 협동농장으로 나가고, 15일씩 3교대로 나가는 고정지원조는 협동농장으로 나가게 되며, 각 조별 명단과 세부일정은 도(道) 사회안전국의 승인이 나면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개 부처 부부장들과 각 분조 조장들은 협동농장 작업반장과 손발을 맞추어 모내기전투를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문달 중좌가 내려가자 강당에 모인 성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고,

 『우리는 8백만 톤 알곡고지를 점령하라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신년사를 높이 받들어 금년 농번기에도 모내기 전투에 나가 전체 군민의 모범이 되며 열성적으로 일떠설 것을 결의합니다』면서 큰소리로 선창하는 정치부 선전선동원들의 결의문을 따라 외쳤다. 안전부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