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 쯤(18)

"농촌노력지원은 우리 낙원군의 안전과 치안이 유지되는 선상에서 계획이 수립되어야지, 우리의 고유임무마저 제껴두고 무리하게 인력을 빼내면 기존의 사회적 질서가 흔들립니다.

그땐 무슨 수로 감당하겠소? 지도자 동지께서 김중좌나 나를 낙원군으로 보냈을 때는 바로 이런 점에 력점을 두고 계셨고 또 개인적으로도 믿음을 갖고 계셨기 때문인데 이때 만약 무슨 큰 사고라도 나면 어쩌겠소. 그러니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노력지원 계획을 걸루…어떻소, 동무의 생각은?"

"좋습네다. 부장 동지의 뜻이 기러시다면 접수하갔습네다?"

곽병룡 상좌는 그때야 긴장을 풀며 연속지원계획(직장의 전체 성원이 농번기 때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씩 농촌지원을 나가는 계획)을 물었다.

"연속지원은 이번 주 부터 모내기전투 끝날 때까지 전체 성원이 2교대로 나가기로 부부장들과 합의를 보았습네다."

곽병룡 상좌는 머리를 정리하듯 잠시 말을 끊었다 이으면서, "그러니까 우당리(右堂里) 협동농장은 15일씩 길게 나가는 고정지원조가 파견되고, 좌당리(左堂里) 협동농장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씩 나가는 연속지원조가 2교대로 파견된다는 말이지요?

"기렇습네다."

"연속지원계획은 그만하면 되었는데… 15일씩 길게 나가는 고정지원조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오. 전체 인력의 30%만 빼내는 선에서 다시 조정해 보시오. 큰 사건 사고는 꼭 농번기 때 발생했잖소."

"알갔습네다. 각부 부부장들과 다시 담화해 보겠습네다."

곽병룡 상좌는 서류철을 덮으며, "근무자회의는 몇시요?"하고 회의가 열리는 시간을 물었다.

근무자회의는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 사회안전부 전체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거나 결의를 다지는 전체 모임을 말했다. 김문달 중좌가 시계를 보며 답했다.

"시간이 다 됐습네다. 지금 같이 내려가시지요."

곽병룡 상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김문달 중좌와 함께 사회안전부 본관 지하실로 내려갔다.

청사 지하는 유사시 미 제국주의자들과 남반부의 미사일 공격에도 끄떡없이 낙원군 전체의 치안유지사업과 인민의 재산·생명 등을 보호할 수 있게끔 요새화되어 있었다. 지하 1층에는 유사시 낙원군 사회안전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차량과 무기 등을 숨기면서 전체 성원이 함께 모여 결의대회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강당이 설치되어 있었고, 지하 2층에는 안전부·보안부·경비부·산림부 부부장이 소속 13개과 성원들을 지휘통솔하며 업무를 볼 수 있게끔 중앙 복도 양쪽으로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