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쯤(17) 『그 동무들, 이쪽 사정을 잘 알면서….』

 『지도서는 다 보았습네까?』

 김문달 중좌는 어제 오후에 올린 모내기전투 지원계획서를 다 봤느냐고 물었다. 곽병룡 상좌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문달 중좌가 기안해 올린 계획서를 다시 펼쳤다.

 낙원군은 중앙당 집중지도사업 때 모범군 칭호를 받고 난 뒤부터 당기관(노동당 기관)과 행정기관, 그리고 공안기관의 편제가 시급(市級) 편제로 격상되기 시작했다. 곽병룡 상좌는 그때 낙원군 사회안전부로 조동(전출)되었다. 신의주도 안전국에서 정치부 부부장으로 있다가 한 급 승급하면서 낙원군 사회안전부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김문달 중좌와는 2년째 같이 근무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는 곽병룡 상좌보다 키는 조금 작아도 똥똥한 체구에다 양 눈썹이 여덟 팔자(八字)로 축 처져 있어 퍽 교활해 보였다. 늘 곽병룡 상좌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뒷구멍으로는 곽상좌의 약점을 찾고 있는 위인이라 안전부장은 늘 신경이 쓰였다. 회의나 집회에 나갈 때는 5분이나 10분쯤 일찍 정치부 부부장실로 전화를 걸어 회의요지나 훈시요지를 같이 토론하면서 정치부의 견해를 경청하는 입장을 취했다.

 『우리의 고유업무가 있는데 이렇게 인력을 빼내서 어쩌자는 거요?』

 곽병룡 상좌는 서류철을 들여다보다 김문달 중좌를 건너다보았다.

 『우리 안전부가 지원해야 할 우당리 협동농장이 상당히 넓은데다 지도자 동지께서 지정하신 날까지 모내기전투를 다 마치려면 다른 도리가 없습네다.』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안전원들의 고유업무도 생각해야지요.지난해처럼 안전부 전체 인력의 30%만 빼서 3교대로 나가도록 노력지원계획을 다시 짜 봅시다.』

 『기러면 지도자(김정일) 동지께서 지정하신 날까지 모내기 전투를 마칠 수 없는데. 기러다 차질이라도 생기면 그 뒷일은 누가 책임집네까?』

 『안된다는 생각부터 하면 일 못합니다. 늘 마지막 책임은 내가 진다는 정신으로 일은 하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내기전투 진척상황을 봐가면서 마지막 주에는 전체 성원이 화다닥 달라붙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은 전체 인력의 30% 한도 내에서 노력지원계획을 짜보자는 말입니다. 학생들과 공장 기업소에서도 해마다 많은 인력이 지원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래도 우리 부에 대한 지도자 동지의 기대와 사회적 체면이 있는데… 기러다 지정된 날짜까지 모내기를 끝마치지 못하면 당 중앙으로부터 질책이 있을 거인데.』

 정치부 부부장은 주저하는 나색을 보이며 모내기전투가 제때에 끝나지 않을 때를 걱정했다.

 안전부장은 달래듯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무원(1998년 9월5일 헌법 개정 이후 부터는 내각이라고 부른다)에서 하달한 원칙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