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택 안전원은 자전거 짐받이에 서류 봉투를 꽁꽁 묶은 뒤 우당리 협동농장으로 들어가는 둑길을 타고 20여분간 자전거 발판을 밟아댔다. 동사무소와 문화회관이 나왔고, 그 뒤편으로 해발 634미터의 삼봉산이 구성시와 경계를 이루면서 벌방지대 쪽으로 계곡을 열었다. 그 세 봉우리 사이 펑퍼짐하게 분지를 이룬 골짜기에 180여 호의 협동농장원들이 30~40호씩 군락을 이뤄 사는 자연부락이 나타났다. 정기택 안전원은 그 자연부락 초입에 사는 7반 인민반장을 찾아갔다.
『뉘기 없시요?』
정기택 안전원은 개가 짖어대는 7반 인민반장 집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마당으로 들어갔다. 집 뒤 돼지우리 앞에서 죽을 주던 인민반장이 돼지죽 바가지를 내려놓으며 앞으로 나왔다.
『아니, 어인 일로 여기까지.』
인민반장은 평소 잘 알고 있는 정기택 안전원을 쪽마루로 안내했다. 조국해방전쟁 시기, 미군의 공중포격으로 큰채와 아랫채가 다 허물어지고 소실되어 아랫채 자리에는 잿간과 마굿간과 창고를 겸해서 쓸 수 있게 흙벽돌로 곳간을 지었고, 큰 채 자리에는 소실된 기와집에서 빼낸 기둥과 서까래로 3칸짜리 일자형 숫돌기와집을 지었다. 7반 인민반장은 그 때 지은 집에서 지금까지 계속 눌러 살고 있는 터였다. 말하자면 그는 우당리 협동농장 큰 골짜기 지킴이었던 것이다.
『정 아바이(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부를 때 쓰는 북의 일반적인 호칭)한테 뭐 좀 물어 볼 사업(일)이 있어 왔습네다.』
『여기라도 좀 앉으시라요. 뭔 일이 알고 싶소?』
7반 인민반장은 손등에 묻은 돼지죽 찌꺼기를 한 손으로 썩썩 문지르며 자리부터 권했다. 정기택 안전원이 다시 밖으로 나가 짐받이에 묶어놓은 서류봉투를 빼오며 물었다.
『큰 골짜기 안에 살고 있는 송 아바이 잘 아시지요?』
『알다마다요. 우당리에서 태어나 나하고 일생을 같이 살았는데… 왜 송 아바이한테 뭔 일 있소?』
『아니요. 그 집 큰아들이 올해 입당하는 모양이야요. 기래서 신원조회 의뢰가 들어왔시요, 소속 부대에서.』
『황해북도 금천군 어디에서 경리사관으로 있다지. 군에 나간 지 벌써 10년 넘었어.』
『맞소. 군사칭호는 상사이고 금년 4·15 때 입당이 된 모양이야요. 이름은 송영호라고 합디다.』
송 아바이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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