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대장, 이 사관 동무 량곡 수령해오다 도고산 산사태 지점에서 굴렀는 게 분명해. 빨리, 담가(들것) 들고 와서 우리 차 쪽으로 옮기라. 나는 밑에 내려가서 확인해 보고 올테니까.』

 소대장은 분대장에게 곽인구 하사의 후송준비를 지시하고 산기슭으로 내려갔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마대자루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놓던 소대장은 네 바퀴가 하늘로 향한 채 엎어져 있는 화물차의 찌그러진 모습을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어떻게 이 육중한 화물차가 여기까지 굴러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산비탈 중간께에 운전사관이 기절해 있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차가 굴러갈 때 옆으로 튀어나온 것이 분명한데, 언제쯤 차가 전복되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대장은 좀 더 사고현장 정황보고자료를 찾아야 될 것 같아 엎어진 화물차의 운전석 안을 살펴보았다.

 『저게 뭐야, 사람 아닌가?』

 소대장은 반쯤 열린 차 문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운전석 안을 살피다 움찔 놀라고 말았다.

 반쯤 깨어져 나간 앞 유리창에 얼굴을 처박고 사람이 엎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소대장은 엎어져 있는 사람의 어깨에 상사 견장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가 3사단 후방부 경리사관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기오.』

 운전석 바깥에서 사관장의 등을 두들기며 불러보았으나 사관장은 꿈쩍도 안했다. 소대장은 많이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차 문을 열고 운전석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힘을 주어 사관장의 상체를 끌어당겼다. 사관장의 상체가 굳은 채로 끌려나오며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소대장은 움찔 놀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사관장의 얼굴 전체가 피범벅이 되어 있고, 수족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던 것이다. 가슴도 멎어 있었다.

 숨이 끊어진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언제쯤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소대장은 시계를 낀 사관장의 왼쪽 손목을 살펴보았다. 일제 세이코 손목 시계가 1시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계는 멎어 있었다.

 소대장은 운전석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붙여 물었다. 멎어 있는 시계를 봐서는 오늘 새벽 1시5분 경에 사고가 난 것 같았다. 급류에 패인 도로를 보수하는 일도 시급했으나 부상당한 운전사관을 군의소로 옮기고 사단 후방부에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 더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대장은 헐떡거리며 도로 위로 올라왔다. 그 때 몇몇 하전사들이 산비탈에 떨어진 마대자루를 갖다 놓고 생쌀을 씹어먹고 있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측은한 마음도 들었으나 소대장은 생쌀을 씹어 먹고 있는 하전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