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 쯤(23)

 곽병룡 상좌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도 안전국과 낙원군 사회안전부에 박힌 지게작대기처럼 이신작칙(솔선수범)하며 살아온 사람이야. 기런데 왜들 그렇게 입초시에 올리며 저희들 편한 대로 찧고 까불어대는 기야.』

 『형님의 력량과 혁명적 열성이 부러워서 기렇갔지요. 기렇게 너무 겸손해 하실 필요까진 없습네다. 정당하게 땀 흘려 얻은 후과는 좋은 평가를 받으셔야디요.』

 『됐다. 기딴 이야기는 그만하고, 넌 언제까지 기러고만 있을 거네? 얼른 장가들어 오마니 생전에 손자라도 한번 안아보게 해 드려야디. 오마니가 사시면 천년만년 사네. 오늘 아침에는 기침이 심해 네 형수하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곽병기 대위는 유념하겠다는 듯 곽병룡 상좌의 말을 받아들였다.

 『정숙이가 유학 마치고 돌아오면 래년 초쯤엔 꼭 혁명가정을 꾸미갔습네다. 기런데 오마니는 어드렇게 편찮으십네까?』

 『일에 묻혀 집에도 못 들어갈 때가 많은 사람이라 나는 오마니 건강이 어드렇게 나빠졌는지도 모르겠다마는 네 형수 말에 의하면 기침 소리가 로인들 흔히 하는 해소기침 소리가 아닌 것 같다나.』

 『아프지 말아야지. 요사인 의약품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러는지 지방으로 나가보면 인민들 대다수가 아프지 말아야지, 하는 게 인사처럼 되어 있습네다.』

 『내래 억이 막혀서 말도 못하겠다마는 공화국 인민들의 표상이 되고 있는 낙원군 인민병원에 마취약과 페니실린이 없어 흉부외과 과장인 네 형수가 수술을 못할 지경경이라니.』

 『청진이나 함흥 같은 큰 도시에서도 의약품이 고갈되어 난리랍디다. 장마당에 나가 페니실린 한 병 구하려면 20~30원씩 고가를 주어야지, 기렇찮으면 금방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약들을 내놓지 않는다니 이거 걱정입네다. 우리 인민들, 직장에 나가면 첫 로임을 50~60원 받는데, 한 달 열심히 일해 그 몇 방울 되지도 않는 페니실린 두 병 사고 나면 당비 낼 돈도 없시요. 썩어빠진 자본주의 근성에 물드는 장마당 반동 역적들을 하루 빨리 다 잡아 넣어야디.』

 『됐다. 잡아넣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건 부문 일꾼들이 제대로 사업을 해서 군 병원이나 도 병원에 의약품을 갖추어 놓으면 인민들이 그 비싼 돈주고 주사약 사와서 놔달라고 하갔네? 후일 둘째 만나면 중앙당에서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좀 보면서 인민경제 부문의 일들을 추진해 보라구 말하라.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다간 우리 공화국 인민들의 정신상태가 오염되어 사회주의 혁명할 사람도 없어질 것 같다.』

 『둘째 형님도 골치가 아픈가 봅디다. 이번 4·15 맞으면서 집에 들어간 날이 일주일도 안된답디다. 오히려 둘째 형님은 큰형님처럼 지방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많습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