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 쯤(14)

 다가온 운전병이 한 마디 거들었다. 공병대 소대장은 무언가 심상찮은 느낌이 드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망원경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소대장은 망원경을 들고 한참 바라보다

 『차를 저쪽 산기슭까지 접근시켜 봐.』하고 차에 올라탔다.

 운전병은 다시 화물차를 몰고 10여분 정도 더 달려갔다.

 『이 산기슭에 왠 량곡 마대가 흩어져 있을까?』

 차안에서 계속 전방을 살피던 소대장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다시 차를 세우게 했다.

 소대장은 옆구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빼들고 주변 정찰을 마친 뒤 다시 목에 걸고 있던 망원경을 눈에 갖다 댔다. 입쌀 마대가 떨어져 있는 도로 밑에서부터 천천히 산 아래로 더듬어 가던 소대장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보라, 동무들! 빨리 좀 내리라.』

 소대장은 차에 타고 있던 공병대대 하전사(下戰士ㆍ하사에서부터 전사까지의 병사)들을 내리게 했다. 그리고는 입쌀 마대가 흩어져 있는 산기슭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20여명의 하전사들이 공병대대 소대장과 함께 산기슭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산비탈에 쓰러져 있는 곽인구 하사를 발견하곤 우우 몰려들었다.

 『야, 분대장. 이 사관(士官) 3사단 후방부 소속 운전사관 아닌가?』

 『맞습네다.』

 『기럼 입쌀 수령해오다 굴렀는 게 분명한데?』

 『기럴지도 모르갔습네다.』

 『흔들어 보라. 죽었네, 살았네?』

 소대장이 생사부터 확인하라고 했다.

 분대장이 인구의 가슴에다 손을 넣어 잠시 살펴보다

 『살아 있습네다. 얼굴을 찡그리며 숨을 쉬고 있습네다.』하고 소리쳤다.

 망원경을 들고 산기슭을 살펴보고 있던 소대장이 다시 인구 곁으로 다가와 뺨을 툭툭 두들기며 『이보라, 동무! 정신 차리라. 내 말 들리는가?』하며 곽인구 하사의 전신을 살폈다.

 몸과 안면에 다친 데가 없고 가늘게 신음소리를 내며 앓고 있는 것을 보아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소대장은 다시 일어나서 주위를 살피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량곡을 수령해 오다 굴렀다면 이 부근 어디에 차가 있어야디, 차는 어디 갔단 말인가?』

 그때 얼굴이 가무잡잡한 상등병이 다가오며 소리쳤다.

 『소대장 동지! 저기, 거꾸로 처박힌 화물차가 있습네다.』

 보고를 받은 소대장은 상등병이 가리키는 산기슭으로 망원경을 들이댔다. 허옇게 입쌀 마대가 흩어져 있는 도고산 기슭 끄트머리 바위 옆에 인민군 군용 화물차 한 대가 처박혀 있는 모습이 망원경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