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부 청사에서 이만큼 떨어진 곳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저 불빛은 그니가 외과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낙원군 인민병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안북도 천마군과 의주군 쪽으로 나가는 새별거리 쪽에서 반짝거리는 저 불빛은 군 인민위원회와 군 당(黨) 청사일 것이고, 군 당 청사를 돌아 구성시로 나가는 큰 길 옆에서 반짝거리는 저 붉은 불빛은 평안북도 낙원군 은혜읍 중앙을 관통하는 기차역 광장 서쪽편 철도 신호기 불빛이거나 국가정치보위부 청사 통신탑에서 빛나는 접근 경고용 경광등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가 집을 떠나간 지도 어언 4년이 다 됐구나….

 점차 빛을 잃어가는 초생달을 바라보며 맑은 새벽 공기를 마시고 있는데 또 인구의 얼굴이 시야에서 어른거렸다. 그니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싸안으며 몸을 떨었다.

 그놈이 오늘 새벽 왜 꿈에 나타났을까? 화물차를 모는 놈인데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겼는가? 보위부에 복무하는 삼촌한테 부탁해 안부라도 한번 물어 봐 달랠까? 그러면 인구 아버지는 또 성질을 내겠지…, 앞으로 집안을 이끌어갈 자식을 그렇게 유약하게 길러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랭정한 사람.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줄까. 누가 유약하게 키우고 싶어서 그러나.

 네 자식 중에서 가장 아무렇게나 키웠고, 에미 짓을 못해서 가슴이 아파 그렇지. 아마 인구를 제 동생들 만큼 거두고 마음잡고 공부라도 할 수 있게 집안에 어른이라도 한 사람 있었으면 그 아이도 필시 제 동생들처럼 평양 제일고에 들어갔을 것이다. 얼마나 머리 회전이 빠른 아이인가. 어쩌면 그게 그 아이의 복이고 운명일지도 몰라. 그때 만약 시어머니가 평양에서 살고 있는 인구 숙부와 같이 있지 않고 낙원군으로 들어와 같이 살았으면 그 아이도 제 동생들처럼 할머니 사랑을 담뿍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학교 갔다와서 사람이 없는 빈 집이 싫어 길거리를 헤매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래도 인구를 군에 집어넣어 운전기술이라도 배우게 한 것은 잘한 일이야. 공화국에서는 운전기술자가 얼마나 우대 받고 장래가 보장되는 직종인가. 차를 몰고 대처로 다니면서 세상 구경을 하는 것도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한 거니까, 제 아버지가 낙원군 사회안전부 안전부장(경찰서장)이고 막내삼촌이 국가정치보위부(비밀정보기관)에 복무하는데 설마 그 녀석 대학에 못 집어넣겠어. 빨리 군대복무나 마치고 나와야 곱상한 처녀도 찾아볼 터인데.

 인구야, 너 지금 어느 하늘 밑에 있는가? 이 에미 너 보구 싶어서리 새벽하늘 바라보며 네 얼굴 그려보고 있는 거 아네, 모르네? 너는 말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직장에 붙잡혀 있느라 형제들 중 가장 외롭게 크고 고생도 많이 해서 이 에미가 늘 가슴이 아프단다. 부디 몸 건강히 있다가 제대하면 참한 처녀 얻어 엄마처럼 행복하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