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인구 아니니?』

 잠결에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정남숙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주위에는 캄캄한 어둠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가 싶어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분명히 인구의 목소리였는데…?

 그미는 뭔가 꺼림칙하다는 듯 심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업어가도 모를 만큼 단잠에 빠져 있는 세대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자신이 분명 잠에서 깨어난 것만은 틀림없는데 아직도 의식은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구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

 그미는 잠자리에 들 때 벗어둔 겉옷을 끌어당겼다. 다시 누워도 잠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현관에서 잔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미는 깜짝 놀라면서 손목 시계를 보았다.

 지난해 가을, 국가보위부에 복무하는 시동생이 갖다준 일제 카쇼 전자 손목시계는 파란 형광빛을 내면서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어머니 손씨가 일어날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계속 기침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솜이불을 끌어당겨 세대주의 어깨를 여며주고 방을 나왔다.

 『어머님, 편히 주무셨어요?』

 아파트 내민대(베란다) 쪽을 바라보며 정남숙은 거실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손씨가 아파트 내민대에서 바깥을 내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래. 일어났니?』

 『고뿔 걸리셨어요. 왜 그렇게 기침을 하세요?』

 『글쎄다. 요사인 아침만 되면 계속 이러는구나.』

 손씨는 내민대 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오며 또 밭은 기침을 해댔다. 정남숙은 얼른 가시대(싱크대) 옆에 놓인 물주전자와 컵을 들고 와 물을 한 잔 부어주었다. 손씨는 물 컵을 받아 한 모금 삼키며 답답한 가슴을 툭툭 쳐댔다. 정남숙은 그러고 있는 손씨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나이 들면 대다수 인민들이 해소기침은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시어머니는 새벽 해소기침이 부쩍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냥 놔두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봄 들면서 사회안전부(경찰서) 아파트에서만도 세 명의 노인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미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인민병원으로 나가 홍명숙 내과과장에게 진료를 받아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홍명숙 과장은 그녀와 평양의전 동기생이었고, 군(郡) 인민병원에서는 알아주는 내과의사니까 시어머니의 건강상태는 정성껏 검진해 줄 것 같았다.

 『오늘, 저랑 같이 병원에 나가 봐요.』

 『일 없다. 어서 나갈 준비나 해라.』

 손씨는 들고 있던 물 컵을 건네주며 직장에 출근할 준비나 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