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명의 학급(년)생들은 인화의 구령소리에 맞추어 행진하기 시작했다. 인화는 학급생의 보폭이 일정해지고, 4열 종대로 줄을 서서 걷는 학생들의 발이 다 맞추어지자 학교에서 지정해준 노래를 부르게 했다. 학생들은 모두 인화의 구령에 맞추어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며 학교 문을 향해 걸어갔다.

 『모두 제자리 섯!』

 행렬의 선두가 학교 정문 앞에 닿자 인화는 소리쳤다. 학생들은 모두 행진을 멈추고 제자리걸음으로 걸었다. 교문에 나와 있던 지도교원과 3명의 규찰대가 다가왔다. 인화는 학급생들의 제자리걸음을 멈추게 한 뒤 함께 줄을 섰다. 지도교원과 규찰대원들은 줄을 서 있는 학생들 곁으로 다가가 머리 청결상태와 손톱검사, 그리고 복장검사를 했다. 지도교원과 규찰대는 머리에서 이가 기어내리는 학생과 복장상태가 불량한 학생들의 이름을 적은 뒤 학생들을 교문 안으로 들여보냈다. 학생들은 그때사 자신의 교실을 향해 뛰어갔다. 학교 본관 중앙 벽에 걸려 있는 벽시계는 7시30분을 가리켰다.

 인민학생들과 고등중학생들이 아파트에서 다 빠져나가고 10여 분이나 지났을까? 직장에 나가는 여성들이 말끔하게 가림옷(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경비초소 쪽으로 나왔다. 5층 10호에 사는 사로청(사회주의 노동 청년동맹의 약칭)위원장 부인이 탁아소에 맡길 젖먹이를 천리마띠로 들쳐업은 채 유치원에 보낼 순미와 함께 층계를 내려왔다. 순미는 봄감기에 걸렸는지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면서 징징 울기 시작했다.

 사로청위원장 부인은 등에 젖먹이를 업은채 아파트 앞마당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순미의 가슴팍에 단 콧수건으로 코를 닦아주며 순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열이 있었다. 유치원 교양원에게 맡기면서 아이를 잘 돌보아 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순미를 달랬다. 그때 4층 12호에 사는 군 인민병원 정남숙 과장이 손씨와 같이 다가오고 있었다. 순미 어머니는 아이를 달래다 말고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십네까?』

 웃음을 머금은 채 다가온 정남숙 과장이 등에 업힌 젖먹이와 눈을 맞추었다.

 『깍끙!』

 뺨이 푸르스름하게 얼어 있는 젖먹이가 천진스럽게 웃으며 제 어미 등 위에서 다리를 흔들어 댔다.

 『이 녀석 사람 알아보고 웃는 거 봐.』

 등에 업힌 아이가 계속 웃어대자 손씨도 며느리 옆에 서서 눈을 맞추며 웃어 주었다. 정남숙 과장이 순미를 보며 물었다.

 『왜 우니. 어디 아파?』

 『열이 좀 있습네다.』

 사로청위원장 부인이 자꾸 처지는 등의 젖먹이를 치켜올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남숙 과장은 인구와 인영이 키울 때를 생각하며 순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