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47개 유·무인도 … 발길마다 천혜의 덕적도
▲ 덕적군도의 대표적인 국민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덕적도 능동자갈마당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져 있다.
▲ 덕적면 주민들은 과거 파시가 생길만큼 풍부했던, 그러나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민어잡이의 추억을 민어어부상으로 위로를 받고 있다.
▲ 덕적도 서포리해변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자랑하는 밧지름해변의 노을.
▲ 덕적면 문갑도 깃대봉에 서면 별처럼 빛나는 덕적면, 자월면을 포함한 덕적군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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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빠진 섬 둘레길 170여곳
국민도서 유명 해양관광지
연장 23㎞ 수려한 산림욕장
생태코스·전통음식도 개발
시 가고싶은 명품섬 시도


제주도에 섬 둘레길 '올레'가 있다면 인천의 섬에는 '갯티'가 있다. 다소 생소한 '갯티'란 무엇일까.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현재 알 수 없으나, 인천 섬의 특성상 사질이 고운 모래 갯벌과 모래 갯바위로 이어지는 지형을 말한다. 갯티는 밀물 만조시에는 관찰하기 힘들다.

썰물 간조시 갯바위와 연결되는 모래 지대를 말한다. 곧 섬에 물이 빠지면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섬 둘레길을 갯티라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제주 올레와 버금가는 갯티가 인천의 섬 170여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다 위의 별'로 불리는 인천 옹진군의 덕적군도가 있다.

인천 문갑도 출신 이세기 시인은 "갯티는 섬사람의 오래된 생활과 독특한 자연의 풍광이 그대로 살아있는 세계적인 유산이다. 천혜의 지형을 최대한 살려 문화 자원으로 갯티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걸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도(德積島)는 1980년대부터 국민 관광 도서로서의 면목을 갖춘 유명한 해양 관광지다. 서포리해수욕장의 드넓은 모래사장과 천연의 해안사구, 염생식물 군락지, 그리고 해변을 둘러싼 방풍림 해송은 덕적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인천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이용하면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섬이다. 인천 앞바다의 진정한 빛깔은 바로 덕적군도부터 시작된다. 갯벌과 맞닿은 회색빛의 희뿌연 바다하고는 전혀 다르다.

태양의 각도에 따라, 검고, 푸르며, 자주색으로 변하는 맑디맑은 무지색의 바다 색은 여느 동남아시아 해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덕적군도를 '바다 위의 별', 바로 보석이라고 부른 것은 아닐까.

덕적군도는 덕적도를 모도(母島)로 47개의 유·무인도가 각기 다른 색채와 풍광을 자랑하며 오랜 세월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덕적군도에는 인천 도서 중 재미있는 전설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인지도 모른다.

덕적면에는 덕적도를 비롯해 소야도(蘇爺島), 문갑도(文甲島), 백아도(百牙島), 울도(蔚島), 굴업도(掘業島), 지도(池島) 등 7개의 유인도가 있다.

여기에 행정구역상 자월면에 속하나, 옹진군에서 가장 높은 산을 지닌 선갑도가 덕적군도를 이룬다. 선단여 등 바위와 암, 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배 이상이다. 무인도의 경우 이름도 낯설고 어디에 있는지 느낌조차 오지 않는다.

하지만 무인도 고유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덕적군도의 무인도는 각기 특유의 생명력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바다의 별'은 이렇듯 덕적군도의 유·무인도 47개를 일컫는 말이다. 바다 위에 섬이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짙은 검푸른 하늘에 별이 떠 있는 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덕적군도 무인도에는 천혜의 비경이 있다. 주민들도 여기에 서서히 주목하며 무인도 탐방 등 생태관광을 꿈꾸고 있다. 해상국립공원 또는 해양시립공원 얘기도 최근 덕적군도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덕적도를 출발해 선단여, 곰바위섬, 개섬, 토끼섬, 벌섬, 납도, 가덕도의 절경을 둘러볼 수 있는 해상 관광 상품이 나온다면,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덕적도는 인천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남짓 가면 도착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섬이다. 밧지름해변, 서포리해변, 능동자갈마당 등 덕적도 해수욕장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될 만큼 유명하다. 최근에는 북리의 국사봉과 서포리의 비조봉 등산코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덕적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292m 비조봉에 오르면 덕적군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덕적도 밭지름 해변 인근 등산로 입구부터 비조봉은 0.9km정도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비조봉에서는 푸른 바다 위에 소야도, 문갑도, 선갑도, 각흘도, 먹도, 곰바위, 선단여 멀리 자월도까지 볼 수 있다.

덕적도의 등산로는 총 23km로 등산로 곳곳에 수려한 산림욕장이 잘 정비돼 있다. 능동자갈 마당은 자연석으로만 이뤄진 특이한 해변이다. 능동자갈마당에는 관광객들이 돌을 쌓아 놓아 천혜의 조각 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갑도의 희망

문갑도는 물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2012~2014년 약 2년 동안 인천의제21 문화분과에서 문갑도를 선정해 섬 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2015년에는 문갑도 자구리 축제를 주민들과 함께 개최해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싶은 명품섬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정책과 예산 지원으로 덕적군도의 대표적인 낙도였던 문갑도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해양 생태 관광의 성공 사례로 남길 주민들은 희망하고 있다.

또 주민들 스스로 마을기업을 설립해 엄나무 군락지를 만들고, 현 이충환 이장과 전 김진규 이장 등 마을 대표들과 마을 주민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문갑도가 오고싶은 명품섬으로 만들고 있다. 문갑도 특유의 전통음식도 개발하고, 생태 관광 코스도 개발하고 있다.

문갑도 주민들은 276m 높이의 화유산 등산로를 정비하며 관광객들이 편히 섬을 둘러볼 수 있도록 섬을 정비하고 있다. 북망산, 바위산, 돌뿌리산, 진모래위산, 젓골재산, 채나무골산, 왕재산(깃대봉), 화류산, 호망산, 당산이 만들어낸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한 없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덕적군도 가운데서도 바다와 산, 그리고 계곡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섬이다.

선단여와 마귀할범

굴업도의 선단여, 바다 거북 가족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광대도, 닭섬의 촛대바위, 가도의 주상절리, 소가도의 곰바위, 개바위 형상의 납도 등 덕적군도에는 하늘이 빚은 천혜의 비경이 숨겨져 있다. 그 천연의 관광 자원이 덕적군도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선단여'를 으뜸으로 친다. 덕적도에서 나래호 뱃길로 30여분 정도 굴업도 방향으로 가다보면, 바다 위에 바위 3개가 치솟아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하나로도 보이고, 두 개나 세 개로도 보이는 신비한 모습이다. 안개가 끼는 날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주민들은 '마귀할멈바위', '처녀바위', '총각바위' 등 이들 바위 3개를 통틀어 '선단여'라고 부른다.

선단여에 얼킨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옛적에 백아도에 노부부와 어린 남매가 같이 살고 있었다. 노부부가 죽고 어린 남매만 살고 있던 중 어린 여동생을 마귀할범이 외딴섬으로 데리고 갔다. 어느덧 청년, 처녀로 자란 이들이 다시 재회했다. 이들은 첫눈에 반했고 마귀할범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하늘도 막을 수 밖에 없는 남매 사이. 마귀할범이 이들을 발견해 죽이려는 순간, 하늘이 노해 바다 위로 번개, 천둥이 내리쳤다.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모두 죽고 말았다. 그 자리에 바위 3개가 불쑥 솟아 올랐다. 이것이 '선단여'의 전설이다.

덕적군도의 무인도 그리고 선갑도

덕적군도는 생태적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아서 섬 12개가 생태계 보전 도서로 지정됐다. 각흘도, 통각흘도, 중통각흘도, 장구도, 토끼섬, 멍애섬, 상광대도, 중광대도, 하광대도, 상고도, 중고도, 하고도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울도의 북쪽에 위치한 장구도는 환경부 지정 특정 도서로 동백나무, 큰천남성, 도깨비도비 등 남방계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섬 해식애 곳곳에 벌집 모형의 타포니가 잘 발달돼 지형, 지질, 경관 면에서 보전가치가 매우 뛰어난 섬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매와 잿빛개구리매, 벌매, 물수리 등 다양한 희귀 조류가 서식지 또는 휴식지로 이곳을 찾고 있다.

장구도와 지도 사이에 위치한 작은 무인도인 납도에는 남방계식물인 천연기념물급 붉가시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글·사진 노형래 환경저널리스트·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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