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러일·한국戰 … "세계적 분쟁 기억할 '평화기념관' 세우자"
▲ 서해바다의 외딴 섬 풍도는 봄기운을 전하는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는 아름다운 섬이다. 서해 해상의 요충지여서 국제 분쟁이 일어나는 등 외부의 세파를 온몸으로 이겨냈다. 후망산 자락 해안가에 80여가구가 추녀를 마주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진작가 유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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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육지 자갈밭 해안
서해 제해권 장악 요충지
"근대사 굴욕 반복 않토록
 日 개명 풍도名 되찾아야"


섬은 바닷길을 이어주는 소통의 징검다리이면서도, 바다에 의해 단절된 고립공간이다. 그러기에 고유한 문화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경기만의 섬과 바다는 분쟁의 최전선에 있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섬, 풍도는 120여년 전 청일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풍도해전이라는 국제분쟁의 소용돌이를 겪었고, 6·25 때는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곳이다.

연평도 등 서해5도는 남북분단의 갈등이 현존하고 있다.

또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들이다. 경기만의 섬이 간직하고 있는 자연생태와 문화 원형, 전쟁의 역사 등을 알아본다.

'겨울나기 이동'의 섬

▲ 경기도 대표 섬 '풍도' 위치도

바람을 품은 서해 바다의 섬, 풍도. 봄을 알리는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섬지역 고유의 문화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풍도 앞바다는 경기만을 통해 인천과 평택, 당진을 오고가는 수많은 대형 화물선과 수송선, 어선의 항로로 이용되고 있다.

뱃길은 인천항으로 열려있어, 생활권은 인천이다. 늘 그리워 하는 뭍은 충남 당진이 지리적으로 더 가깝다. 행정구역은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이다. 화성 전곡항 등에서 낚싯배를 타고 들어가기도 한다.

하루에 한번 정기여객선이 운행된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2시간30분,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에서 1시간30분 남짓 걸린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풍도는 어느 화가가 바다 위에 그려 놓은 한폭의 수채화처럼 걸려있다.

가파른 육지와 해안선이 맞닿아 있어 해안은 자갈밭이다. 모래밭이나 갯벌이 없다. 논을 일굴만한 땅도 없다. 주민들은 해마다 겨울철(11~12월, 4~6월)에는 인근 화성시의 섬, 도리도로 집단이주해 굴과 바지락을 채취하고, 이듬해 설에 돌아오는 독특한 생활을 반복했다.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10여년 전까지도 철새처럼 '겨울나기 이동'을 했다고 한다. 한 때는 선창에 돛대가 빼곡했고, 1000여명이 살았다. 주민들은 굴딴 돈으로 자식들을 인천으로 유학보냈다.

지금은 80 가구 115명이 전부다. 60대 이상이 84명이고, 20대는 8명뿐이며, 여느 섬처럼 농업과 어업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야생화의 천국, 경기도의 대표 섬

▲ 노루귀
▲ 복수초

안산시 풍도는 화성시 국화도와 함께 경기도의 대표적인 섬이다.

1994년 인천과 경기도가 분리되면서 경기만의 섬들은 대부분 인천으로 넘어갔다. 대부도에는 경기도 소유 땅이 많아서 남겨졌다고 한다.

인천항에서 서남쪽으로 43㎞, 대부도에서 24㎞, 당진 석문에서 12㎞ 떨어져 있다.

풍도 동쪽 6㎞에는 말육도·종육도·중육도·미육도 등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남쪽으로는 충남 당진군 대난지도와 서쪽으로는 울도·승봉도 등과 마주하고 있다.

여객선 선착장 주변을 중심으로 80가구가 추녀를 마주하고 웅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 뒷산 후망산(174m)에 오르면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당나라의 소정방이 심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마을을 지켜주는 듯 버티고 서 있다.

후망산 북쪽 기슭에 서 있는 풍도 등대는 밤이면 백색불빛을 6초 주기로 깜박이며, 평택 당진항을 항해하는 선박의 길잡이를 해준다.

이른 봄, 후망산에는 봄의 전령사 야생화가 군락을 이룬다.

지난 3월 풍도를 찾았을 때, 여린 꽃망울은 모습을 호락호락 드러내지 않았다. 건성건성 보면 눈이 띄지 않았다.

낮은 자세로 엎드려 조심조심 다가서야 했다. 몸을 낮출수록 잘보였다. 새순이 밟히기라도 할까 봐 발걸음도 천천히 옮겼다. 풍도바람꽃·복수초·노루귀·꿩의 바람꽃·풍도대극 등 갓 피어오른 봄꽃들이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군락지 보호를 위해 산자락 듬성듬성 굵은 동아줄로 울타리를 쳐 놓았다. 이날 풍도기행에 참여한 어느 사진작가는 "몇년 전에 왔을 때와는 꽃들이 많이 줄었다"며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청일전쟁,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청일전쟁은 1894년 7월25일 풍도 앞바다에서 일본 전함이 청국 전함을 기습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청일전쟁은 조선·청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 대격변을 가져왔다.

10년 뒤에는 인천 앞바다와 여순(旅順) 앞바다에서 일본군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러일전쟁은 동북아는 물론 세계사에 큰 변화를 몰고 온 대전쟁이었다.

풍도해전의 포성과 서해 바닷길의 전운은 조선의 붕괴를 알리는 조종이자, 동북아 격변의 신호탄이었다.

우리나라 옛문헌에는 단풍나무 '풍(楓)'자의 '풍도(楓島)'라고 쓰였으나, 청일전쟁이후 일본이 풍년 '풍(豊)'자의 '풍도(豊島)'라고 표기하기 시작했다. 풍도 앞바다에는 아직도 청일전쟁 때의 침몰함선이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풍도기행에 함께 떠났던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장은 "우리가 임진왜란의 역사를 서술하며 한산도 대첩을 내세우듯 일본은 청일전쟁을 서술하며 풍도해전을 그들의 역사교과서에 제1장으로 다루고 있다.

이처럼 풍도는 전략상 서해안의 제해권을 장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른 새벽 기습작전으로 청나라 함선을 침몰시키고 청일전쟁의 기선을 잡았던 일본은 그 후, 러일전쟁 때에는 풍도를 발판으로 서해안을 거슬러 인천항과 여순항의 러시아 함대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소장은 한국 근대사의 굴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재 불리는 '풍도(豊島)'를 옛 '풍도(楓島)'로 환원하고, 이곳에 동북아의 평화기념관을 세웠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청일전쟁이 끝나고 패전국 중국은 청나라 북양함대 근거지로 일본군에게 점령당한 위해에 갑오전쟁박물관을, 승전국 일본은 전쟁의 강화회담이 열렸던 시모노세키에 일청강화기념관을 건립했다. 우리나라 땅에서 일어났던 전쟁이었지만 이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경기만은 세계적인 분쟁지역인 만큼 전쟁발발의 위험이 큰 지역이다. 특히 풍도는 서해 해상의 요충지로 경기만 통과 선박이 모두 보이는 곳이다. '동해에서는 독도, 서해에서는 풍도를 차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에 풍도해전 박물관이라든지, 봄철 야생화의 생태공원이나 평화기념관을 세워서 풍도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섬이 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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