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은 누구에게나 참기 힘든 두근거림을 안겨줄까? 아니면 나만 유독 심하게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걸까? 사관장은 저렇게 태평스럽게 잠만 자고 있는데 나는 왜 이토록 가슴이 뛰고 신열이 끓어오르고 있을까?

 인구는 거듭 심호흡을 하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만 너무 신비롭고 황홀해서 두렵기까지 했던 그 첫경험의 순간들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벗은 알몸으로 다가와, 그의 허벅지와 꼬투리를 쓰다듬으며 더운 입김을 뿜어대던 성복순 동무의 잔영은 의식 저편에서 자꾸 신열을 끓어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

 아직도 진하게 배어있는 듯한 그녀의 체취는 평생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은 늘 꼬투리를 성나게 할 것 같았다.

 눈도 없고 코도 없는 그것은 어떻게 주인의 속마음을 그렇게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을까?

 인구가 성복순 동무의 뽀얀 앗짜와 까무잡잡한 옹고지의 불두덩을 마음속으로 그려볼 때마다 그것은 눈치도 없이 벌떡벌떡 일어나 바지에 포장을 쳐대는 통에 더욱 진땀이 치솟았다.

 그것은 마치 벌겋게 달군 쇠막대기처럼 뜨거운 열을 뿜으면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수그러질 기미는 요만큼도 없었다.

 인구는 기어를 잡고 있던 오른 손으로 그것을 눕혀 다시 왼쪽 허벅지에 붙여 놓았다. 그때 차는 리복실고개를 다 내려와 해발 315미터의 도고산 계곡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새벽에 보니까 이 부근 어딘가에 토사가 흘러내렸던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동기를 밟는데 도고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길의 반쪽을 가로막으며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며칠 전부터 내린 큰 비에 길의 노면이 움푹 패인 곳이 나타났다.

 인구는 다시 한 번 급제동을 걸며 꼬투리를 잡고 있던 손을 빼내 운전대를 움켜잡았다. 그 순간 화물차 앞바퀴가 움푹 패인 구덩이에 콱 처박히며 차체가 붕 뜨는 것 같았다.

 『사관장 동지!』

 인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세차게 운전대를 껴안았다. 그러나 양곡을 가득 실은 화물차는 그새 이미 중심을 잃으면서 길 아래 산비탈을 향해 굴러 내렸다.

 차가 엎어졌다 젖혀졌다 하면서 도고산 계곡으로 꼬나박히자 적재함에 실려 있던 입쌀 마대는 옆구리가 터져서 싸락눈처럼 펄펄 흩날렸다. 한없이 굴러가는 듯한 화물차는 마침내 경사가 완만해진 도고산 기슭에 거꾸로 처박힌 채 네 바퀴를 번쩍 쳐들었다.

 주위는 금시 고요해졌다. 우당탕탕 꽝 하면서 굉음과 함께 들려오던 돌 굴러가던 소리도 멎어들었고, 헤드라이트 불빛에 밀려 저만치 물러나 있던 어둠은 이내 화물차를 에워싸며 사위를 검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