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쯤?(6)

 『엄마, 나 어떻게 해.』

 4층 12호실로 들어가는 아파트 나들문을 열고 들어와 인화는 동동 발을 굴렸다. 마른명태를 통통 두들겨 다 찢어놓고, 어제 저녁 퇴근하면서 사온 대파를 까고 있던 정남숙은 참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등중학교 4학년(14세)이나 된 여학생이 어쩌면 아직도 유치원 아이들 흉내를 내는가 말이다. 그니는 못들은 척하고 국을 안쳤다. 인화는 현관(거실)으로 들어와 또 죽는다고 소리쳐대다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 발을 동동 굴리며 아랫배를 싸안았다. 손씨가 현관으로 나와 정남숙의 눈치를 살피다 그녀가 사용하는 요강을 아파트 내민대에다 갖다 놓았다. 인화는 그때서야 윗도리를 벗어놓고 내민대로 나갔다.

 한참 후 인화는 어머니의 눈치부터 살폈다. 정남숙은 그때 국냄비에다 간을 치고 두부를 잘게 썰어 넣고 있었다. 인화는 얼른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 정성함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는 초상화의 표면에 묻은 먼지를 먼저 닦아내는 초벌용 보위타월과 유리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마감하는 광택용 보위타월(비로드 천)이 들어 있었다. 인화는 할머니방 입구 맞은편 벽에 걸려 있는 어버이 수령의 초상화와 지도자 동지의 초상화를 떼어내 정성스럽게 닦았다. 그때 손씨는 내민대로 나가 인화가 변을 본 요강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인화는 안방 초상화 보위사업이 끝나자 아버지 곽병룡 상좌와 어머니 정남숙 과장이 쓰는 큰방으로 건너갔다. 큰방에도 출입문 맞은편 벽 중앙에 어버이 수령의 초상화와 지도자 동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인화는 의자를 놓고 그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떼어내 말끔히 닦아냈다. 그리고는 광택용 보위타월로 마감질을 했다. 그때 아침청소를 나갔던 곽병룡 상좌가 방으로 들어왔다. 딸이 보위사업을 하는 것이 기특한지, 곽상좌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 세면을 하러 나갔다.

 인화는 보위사업이 끝나자 현관(거실)으로 나와 비질을 했다. 지난해 가을 아버지가 차에 싣고 온 전자 벽시계는 6시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7시까지 조반을 끝내야 하므로 아침청소를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물걸레를 가지고 큰방으로 들어가 방바닥을 닦았다.

 『할머니는 어디 가셨니?』

 세면을 마치고 들어온 곽병룡 상좌가 제복 속에 받쳐입는 와이셔츠를 입으며 물었다.

 『위생실에 갔습네다.』

 『할머니 밤에 기침 많이 하셨니?』

 『네. 어제 밤에는 잠도 못 주무셨어요.』

 『많이 편찮으신가 보구나, 너도 어서 학교 갈 준비해야지?』

 단복 바지를 벗고 제복 바지를 바꿔 입는데 아침 먹자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곽병룡 상좌는 인화와 같이 거실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