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곽병룡 상좌는 평안북도 사회안전국 간부부장으로부터 긴급소환명령을 받고 신의주로 달려갔다. 도 안전국에 도착해 집으로 연락을 해준 간부부장 방으로 들어가니까 긴급 당 총회 개최 문건을 검토하고 있던 간부부장이 도수 높은 돋보기안경을 벗으며 고개를 들었다.

 『중앙당에서 급하게 직위해제명령을 내리라구 해서 내래 어제 날짜루다가 낙원군 사회안전부로 전보통신문을 내려보내라구 일렀는데 알고 있소?』

 간부부장이 급하게 소환명령을 내린 사유를 설명하며 물었다. 곽병룡 상좌는 중앙당 조직지도부 간부과에 복무하는 곽병호 과장이 약속한 대로 긴급조치를 취했구나 하고 속으로 짐작은 하면서도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간부부장은 곽병룡 상좌가 모른다고 대답하니까 뭐라고 할 말이 없는지 어제 오전 중앙당에서 긴급명령이 내려와 그 명령에 따라 곽병룡 상좌는 낙원군 사회안전부장 자리에서 직위 해제되어 현재 도 안전국 간부부로 대기발령 중이니까 빨리 안전국장 방으로 들어가 신고하고 추가지시를 받으라고 했다. 곽병룡 상좌는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의해 인구의 조국배신행위에 대해 그 가족들에게까지 후속조치가 취해지고 있구나 하고 짐작하면서 간부부장 방을 나왔다.

 안전국장 방은 신관에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길다란 복도를 따라 현관 옆에 있는 안전국장 방으로 건너갔다. 도 안전국 산하에 있는 시·군 안전부장 정례회의가 열릴 때는 일주일에 한번씩, 긴급사안이 발생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던 안전국장 방인데도 어쩌면 이 발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저릿해지면서 긴장감이 밀려왔다. 곽병룡 상좌는 안전국장실 나들문 앞에서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시며 손잡이를 비틀었다. 스르르 문이 열리자 문 앞에 앉아 있던 타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날래 오시라요, 부장동지!』

 『국장 동지 안에 계시는가?』

 곽병룡 상좌는 긴장한 표정으로 국장실을 바라보며 물었다. 타자수가 앞으로 걸어나오며 공손히 대답했다.

 『지금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네다. 들어가 보십시오.』

 곽병룡 상좌는 문 앞에서 두 번 손기척(노크)을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정치부장과 마주앉아 무언가를 긴밀하게 토론하고 있던 안전국장이 나들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곽병룡 상좌는 국장의 견장 위에 달린 준장 계급장을 바라보며 나들문 앞에서 힘차게 경례를 부쳤다.

 『상좌 곽병룡 도 안전국 간부부로 대기 발령을 받고 부임해 왔습네다.』

 안전국장은 험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보고를 받은 뒤 안으로 다가오라고 했다. 곽병룡 상좌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정치부장의 표정을 살피며 안으로 서너 걸음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