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다정하게 편지라도 한 장 써서 보내주며 다독거리지 못하고 지금 와서 실없는 후회나 하는 놈이 되었을까?
거듭 생각해 봐도 출세만 하면 여자는 입맛대로 골라서 데리고 살 수 있다는 한 때의 그릇된 사고가 자신의 가정생활을 풀먹인 요 호청처럼 서걱거리게 만들었다 싶었다. 몇 달씩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들어올 날짜 한 번 묻지 않는 여편네는 대관절 무엇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일까? 여편네한테 진실로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당적 신임과 부비서라는 직위일까, 아니면 인간 김유동일까?
그 여편네는 어쩌면 나의 당적 신임과 부비서라는 직위만 필요할 뿐 팔뚝 하나가 날아간 내 망가진 몸뚱이는 안중에도 없을 기야. 기래. 그 려자는 나와 혼인해 있는 법적인 관계만 필요할 뿐 세대주라는 존재가 자기 곁에 있느냐 없느냐는 고려해 볼 가치조차도 없는 일인지도 몰라. 인정머리 없는 에미나이 같으니라구….
부비서는 자신의 결리는 어깨를 자근자근 주물러주는 복순의 정성이 가슴에 전해질 때마다 허깨비 같은 여자와 법적인 부부관계만 유지하며 지금껏 의미 없이 살아온 지난 삶 가슴에 바람구멍이 난 것처럼 몸뚱이 전체를 헛헛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런 상실감 때문인지 밥상을 받아도 도무지 입맛이 없었다. 마주앉아 부어주는 그녀의 술만 연이어 받아 마시다 그녀가 밥그릇을 비우자 저녁상을 물리라고 했다.
『오빠! 와 길케 식사를 못 합네까?』
『모래 씹는 것 같이 입안이 까끄럽고 삭신이 쑤셔서 먹는 것도 귀찮다.』
『기럼 밥상 물려놓고 아까처럼 어깨를 좀더 주물러 드리갔시요. 나중에라도 출출하시면 말씀하시라요. 닭고기 국물이라도 데워 드릴 테니까요.』
부비서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요때기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복순은 밥상을 밖으로 내놓고 방 뒤 헛간에다 걸어놓은 가마에다 불을 지폈다. 불을 때던 솥이라 그런지 이내 물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플라스틱 함지에다 끓는 물을 퍼서 방으로 들어왔다.
『오빠, 좀 일어나서 윗도리 벗고 엎드리라요. 뜨거운 물찜질 좀 해 드리갔시요.』
부비서는 불그레하게 술이 피어오르는 얼굴로 일어나 웃통을 벗고 엎드렸다. 복순은 그의 목덜미와 양어깨, 그리고 등뼈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며 안마를 해주다 자신도 모르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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