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지게는 어데서 길케 져봤네?』
물통 두 개를 물지게 양쪽 고리에 걸어,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겨놓자 옥남 언니가 대견하다는 듯 뒤따라오며 물었다.
『세대주와 결혼해 전연지대에서 살 때 밥지을 물은 늘 물지게로 져다 먹었시요.』
『전연지대에도 물이 귀하네?』
『거기도 여기처럼 첩첩산중이라요.』
『기래, 여기도 전연지대라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살아. 기래야 자기 발로 관리소 정문을 걸어나갈 수 있어?』
『나 같은 사람도 관리소 정문을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있갔시요?』
『3, 4년씩 교화소살이를 하는 사람들도 때가 되면 두 발로 걸어 나가는데 복순 동무가 어때서? 6개월은 잠깐이야.』
『기래도 몸이 남 같잖아서요….』
『어젯밤 방장 언니 이야기 들었잖아. 보위원들이나 부지배인이 뱃속의 아기 지우라고 볶아댈 때마다 그들의 어깨도 주물러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면서 몸을 줘. 서너 달 지나고 나면 몸을 줘도 아기는 떨어지지 않아….』
『길케라도 내년 봄까지 견딜 수 있으면 다행인데 행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교화소살이는 걱정하면 끝이 없어. 정 다급하면 보위원들한테 아랫도리 벗어주고 매달린다는 각오를 하고 마음 편하게 살아. 기래야 살아 남아….』
복순은 먼저 들어온 언니들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두 물통에다 가득가득 물을 길어오자 김유순 방장은 큰 일꾼을 하나 얻었다는 표정으로 흡족해하며 몰래 숨겨 놓은 배급식량 자루를 꺼내 왔다.
방장 언니는 꽁꽁 묶어놓은 식량자루를 풀었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사기공기로 나붓하게 세 번 식량을 퍼내 주었다. 강냉이쌀 70%에 현미 30%가 섞인 잡곡 500그램으로 세 사람이 한 끼를 때워야만 배급 날까지 연명한다는 것이다. 부식은 남새김치와 솎음배추를 썰어 넣고 된장국이나 끓여 먹자고 했다. 복순은 옥남 언니와 함께 가마에다 밥과 국을 안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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