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인간이라면 누구나 권력과 부귀영화를 꿈꾼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후회만 남기고 뒤늦게 후회를 할 때는 이미 늦는다. 자신이 어리석게 살았다고 실감하는 순간, 권력도 부귀영화도 다 부질없는 허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끝까지 권력 줄을 놓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지도가가 되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사심이 없어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도자의 의무보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은 많은 이를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어떤 지도자가 나타나는가에 따라 조직의 승패가 좌우된다. 능력 없는 지도자는 무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죄악이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 해도 조직을 이끌만한 능력이 없다면 그것이 바로 죄가 되는 것이다.
인천시축구협회가 신임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임원 간 내홍을 겪다가 결국 시체육회의 힘을 빌려 조직을 추스리는 수순을 밟게 됐다. 시체육회가 축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시축구협회는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이자 굴욕을 떠안게 됐다. 수많은 선배들이 이뤄 논 찬란한 영광이 일순간에 무너진 셈이다.
과거 부평고, 운봉기계공고, 인천대를 나온 많은 축구인들은 한국축구의 맥을 이어가며 인천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이번 2010남아공월드컵 국가대표에 부평고를 졸업한 김남일, 김정우, 조용형, 김형일, 이근호 등 무려 5명의 선수가 포함됐다. 모두 인천축구가 낳은 스타들이다. 한 운동종목에서 이처럼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할 수 있는 도시가 인천축구말고 있을까.
인천축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지원하고 후진을 양성해야 할 축구협회가 지금 지도자 공백 사태를 맞았다. 전 회장과 회장 권한대행은 내홍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자진사퇴로 쓸쓸히 떠났다.
지도자 공백기를 맞은 축구협회는 결국 외부에 의탁해 사태를 수습하게 됐다. 전임 회장이나 권한대행이나 모두 인천축구협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로는 있다. 그러나 결말은 축구협회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가져온 장본인들이란 불명예를 안은 인사로 기억에 남게 됐다.
시축구협회 설립 연도는 정확치 않다. 인천을 대표하는 전통 종목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인천시체육회 보다 이전에 설립된 것으로 본다. 인천 체육계 인사들은 시축구협회의 관리단체 지정 결정에 대해 한결같이 안타까움과 함께 체육인들의 수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시축구협회 사태는 체육 가맹경기단체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오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많은 인사들이 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회장으로 취임했다. 물론 많은 체육인들이 신임 회장들에게 감사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했거나 혹 아시아경기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하지 않았나 되돌아볼 일이다. 결국 이런 경기단체장들은 협회 운영에는 소홀한 채 몇몇 임원들의 달콤한 말에 현혹돼 잘못된 판단을 하기 일쑤다.
비단 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중에 관리단체로 지정된 곳은 축구협회 한 곳이 아니다. 또 몇몇 단체도 운영상 문제로 내홍을 벌이고 있는 단체도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단체들은 대부분 협회장의 잘못된 운영과 판단으로 이런 파국을 맞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를 앞두고 인천시체육회는 물론 가맹경기단체장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가맹경기단체장들은 인천체육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로서 협회와 체육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줘야 한다.
유능한 지도자의 덕목을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때다.
시체육회도 조속한 시일 내에 축구협회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