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곳곳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일반가계의 외부 기채를 둘러싼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근심이 부쩍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이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이후 그 정도가 더 한 듯싶다. 덩치는 정부와 비교할 바도 못되면서 빚의 규모는 날로 커져만 가고 증가 속도 또한 너무 빠른 탓이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발표한 자료는 그 심각성을 더해 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1인당 가계부채액은 1,754만원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에 견주어 80%에 달하는 규모였다. 더군다나 가계부채에 대한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이다.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 추이는 몇 가지 면에서 불안감을 지울 수 없게 하는 게 사실이다.
가계부채가 그 능력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첫번째 사유다. 1인당 국민총소득에 대한 개인부채 비율은 2005년 69.6%를 기록한 뒤 매년 증가하고 있다. 1인당 가처분소득에 대한 개인부채 비율도 지난해 처음으로 140%를 넘어섰다. 이는 개인이 느끼는 부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의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과 자산 유동화의 취약성도 걱정거리다. 실제 국내가계의 실물자산 증가는 상당 부분 외부 부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실물자산이 유동화 되지 못할 경우 부채 상환능력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른다면 원리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가계부채를 무작정 위험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계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경제성장의 근간이 되는 소비의 발목을 잡아 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거나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경우 부채상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돼 국민들이 불안 심리를 갖게 된다면 경기 진작에 찬 물을 끼얹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와 가계가 지금보다 더 부채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