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엊그제 송도캠퍼스에 개설할 약학대학의 특별전형 계획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이 약학대학 정원에 지역 할당제를 적용해 20%를 인천 출신 학생들로 채우기로 했다. 또 인천시장이 추천하는 기초생활 수급가정 학생 2명을 4년 전액 장학생으로 뽑고, 재학생이 지역복지시설 등에서 의무 봉사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그렇지만 이런 내용의 발표를 접한 순간 든 솔직한 감정은 기쁨보다 씁쓸함이었다. 연세대가 마치 인천시민을 갖고 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인천시의 무분별한 특혜 부여와 약학대학의 부당 배정, 그리고 이로 인해 악화된 지역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이 정도니 더 그렇다.

과연 이것이 명문대들이 하는 여론 무마 방식이라면 극히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연세대가 인천에서 받은 혜택은 엄청나다. 물론 그 대부분은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내용들이다.

이런데도 인천시민들이 연세대에 돌 던지기를 자제해 온 것은 국내 유수의 명문대로 인천의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과 학력 신장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세대의 이번 발표에는 이런 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보다는 현재 논란의 대상인 송도캠퍼스의 경우 정확한 수용 계획조차 마련돼 있지도 않건만 이를 대상으로 특별전형 운운하고 있는 꼴이니 더더욱 지역 여론이 고울 리 만무한 일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인천시도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특별전형 발표 내용을 보면 연세대가 인천시와 긴밀하게 사전 교감을 가졌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인천시가 이토록 연세대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시중의 지적처럼 인천시장이 이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때문이라면 이는 가히 유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연세대든 인천시든 더 이상 시민 상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태를 삼가야 한다. 인천시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