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
서해 최전선에서 작전중이던 1천200톤급 해군초계함 '천안함'이 순식간에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46명의 생떼같은 젊은 용사들이 실종되었지만 생사여부 확인과 수색·구조작업이 답보상태이고, 침몰원인 조차 오리무중인 상태가 3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뿐 만 아니라 전국민이 경악과 비통에 빠져 있고 각종 의혹과 루머가 난무하는 등, 세계 최대조선국이자 12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초유의 비상사태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충격은 필자에게 특히 각별하다. 먼저 국회부의장이자 이번 참사의 소관상임위인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마땅한 자괴감이다. 지난해 1월말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다지는 데에 일조하고, '국방'만 보지 않고 '국민'도 보겠다"는 포부로 국방위원회로 옮겼지만, 그후 임진강댐 방류로 인한 참사 등 크고작은 군 관련 사고가 빈발하였고, 특히 올 3월에만도 육-해-공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투기-헬기 추락사고와 함정침몰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였다. 군의 책임을 추궁하고 탓하기 앞서 자성과 자탄이 없을 수 없다.

지난 1974년 2월 해군신병 311명이 해군 예인정(YTL정)을 타고 충무공의 위패가 모셔진 충렬사 참배를 마치고 모함인 전차양륙함(LST)으로 복귀하다가 진해앞바다에서 갑자기 몰아닥친 파도에 의해 함정이 전복되어 승선자의 절반이 넘는 159명의 해군-해경이 익사했다. 당시 KBS기자였던 필자는 전시 아닌 평시 세계 해군역사상 '최대 인명손실 참사'인 이 사건 현장에 급파-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현장은 얼음장같은 바닷물 속에 수장된 병사들의 참상과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으로 가히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었다. 36년 전 희미한 기억속의 그 잔상이 그제(28일) 한나라당 정몽준대표와 함께 방문한 평택2함대사에서 "내 자식을(내남편을) 살려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울부짖음과 몸부림으로 선명하게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번 사건의 교훈과 과제는 무엇인가? 이번 사고의 여파는 한반도 서해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시 국제금값이 요동치고 주식시장도 혼조세였다. 주요 외신과 국가들이 시시각각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등, 천안함 침몰사건은 세계적 사건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실종자 수색과 구조다. 다행히 함미도 찾았고, 동양 최대의 상륙함인 우리 해군의 독도함(1만2천톤급)과 3천톤급 구난함인 광양함 및 2척의 소해함, 그리고 미해군의 샤일로함(이지스함)등이 속속 현장에 도착하는 등 한-미연합의 구조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그런 만큼 온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선체인양과 실종자 구조, 그리고 사고원인 규명 등에서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다음은 안보상은 물론, 서해5도민 생존권보호 차원의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긴요하다. 대한민국 안보의 최일선이요, 인천의 안마당인 우리 서해5도 주민이 '지정학'이라는 숙명적인 이유로 연례행사처럼 감내해온 물적-정신적 피해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매일 3차례 여객선의 왕래를 통해 1일 평균 승선객 800~900명(비수기:400~500명)중 70%인 500~600명의 관광객이 백령도에 입도하고 있는 사실에서 보듯이 서해5도민 소득의 70% 이상이 어업과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고해역이 서해5도민의 생명줄에 해당하는 만큼, 유력한 사고원인으로 거론된 항로상 위험물질(예컨대 기뢰)의 완벽한 제거 등 안보와 안전 위협 요소 제거를 위한 국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사고원인에 따라서는 국가적 대비체제 가동이 불가피한 만큼 그 실태 점검과 보완의 계기로 삼을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불의의 사고에 대한 초동조치 미흡 등 군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인 만큼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군은 사고수습과 대책강구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 국민 역시 근거없는 루머와 의혹을 확대재생산하거나 만일의 사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동요하기 보다는 인내 속에 국가적 위기극복을 위해 힘과 뜻을 모아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윤성 국회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