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어 령 경기창조학교 명예교장  
'경기창조학교' 7월 본격 가동

학벌주의 탈피 혁신공간으로


'디지로그 사물놀이' 해외 공략

5월 유네스코 국제행사서 공연


국보급 지성인으로 통하는 이어령(76) 전 문화부장관의 최근 직함은 경기창조학교 명예교장이다. 지난해 출범한 경기창조학교의 수장을 맡아 틀 다지기에 전력, 올해 본격 가동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이 시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이다. 88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2000년 1월1일 1초에 태어나는 '밀레니엄 베이비' 출생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한 일도, 대전 엑스포 때 빈 병을 모아 만든 재활용 작품 '유리 돔' 등이 모두 그의 아이디어.
경기창조학교 명예교장을 맡았을 때 유명대학도 아닌 창조학교가 뭐냐고 다들 의아해했다. 한국 사회 학벌주의를 벗어 던지고 오로지 창조를 꿈꾸는 자들이 모인 학교를 만들어 보겠다는 그의 열정과 의지가 담긴 곳이 바로 경기창조학교다. 그를 만나 경기창조학교 올해 운영방안과 근황을 들어봤다.

-경기창조학교 명예교장, 중앙일보 고문, 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 각종 강연에 집필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신데.
▲직함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바쁜 사람으로 알고 있다. 마치 여러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단 한가지다. 바로 창조 활동이다. 집필을 하고 강연을 하는 모든 것의 타깃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겠다는 고민 뿐이다. 창조적인 삶을 살고자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무척이나 바쁘게 비치는 것 뿐이다.

-지난해 개교한 경기창조학교가 시범운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2010년 운영 방안을 밝힌다면.
▲당초 2010년 상반기부터 경기창조학교 시범 운영을 마치고 1기생을 모집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여러가지 외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오는 7월부터 본격 가동되게 된다.
우선 명예교장으로서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1기부터는 교장을 선임하고 교무처도 신설될 예정이다. 학생처 비슷한 멘티방도 운영된다.
나는 명예교장으로서 목수 역할을 했을 뿐이다. 목수는 집을 다 지으면 그 집에서 살지 않는다. 경기창조학교를 개교하고 불과 몇개월만에 학교 운영의 기틀이 되는 큰 기둥을 튼튼히 세웠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다져놓은 구조를 기반으로 오는 7월 새로운 교장이 오고, 자체적으로 멘티, 멘터들이 활발히 움직이면 목수는 떠난다. 수리할 게 있거나 비가 새면 통 들고 급히 뛰어 오긴 하겠지만 지난 6개월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사물놀이가 디지털 3D 영상을 만나 빚어낸 '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 꽃피우기'라는 새로운 개념의 공연을 최근 선보였다. 기획과 대본까지 맡았는데.
▲지난 1월 광화문아트홀에서 공개된 '죽은 나무 꽃피우기'는 전통예술의 아날로그적 매력을 디지털 환경을 통해 새롭게 재창조한 혁신적인 공연이었다. 일명 '디지로그 사물놀이'로 명명된 이 작품은 실제 연주자가 홀로그램과 협연하는 형태로 범 전통예술 공연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공연장의 여건이 열악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첫 선을 보였다. 연출자와 스테프진들과 의견 합의를 보는데 수많은 회의를 했다.
3D안경 없이 눈앞에서 바로 홀로그램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으며 무대 위에서 실제 연주자와 4차원의 앙상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무대였다.
30년간 사물놀이 한 길만을 고집한 김덕수와 춤꾼 국수호과 명창 안숙선이 홀로그램으로 출연, 가상현실 속에서 가무악을 융합한 새 연희공간을 창출했다.

-'디지로그 사물놀이'의 해외 시장 공략 계획이 있는지.
▲지난해 연말 '2010 UNESCO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UNESCO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는 지난 2006년 포르투갈 리스본 제1차 대회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오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예술교육분야 최대 행사다. 오프닝 무대에 '디지로그 사물놀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전통 사물놀이를 비롯한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초를 다질 것이다. 이때의 반응에 따라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세계 정상들 앞에서 공연될 수 있어 공연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늘 강조하는 '창조'의 개념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창조란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밥을 먹는 것처럼 똑같은 일, 고정관념, 습관적인 일에는 창조가 필요 없다. 창조는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 손과 발이 성할 때는 창조가 필요 없지만 신체 일부가 다치거나 상황이 어렵게 되면 창조적인 것이 일어난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주름 빨대도 주스를 마시지 못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일자로 생긴 빨대 입구에 주름을 넣어 만든 것이다.
사람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고 그동안 습관적으로 살아왔다. 우리나라 역사의 경우 유럽, 미국 뒤통수만 쫓아왔다. 그러나 21세기는 글로벌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만의 버전과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끄는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 한마디로 국가와 개인 모두 창조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기존의 것을 선택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대학에 입학하겠다 이런 틀에 박힌 생각말고 대학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라. 내가 다닐 대학을 만드는 사람이 총장도 될 수 있고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젊음의 탄생'에서도 말했듯이 10대와 20대에 앞선 생각과 창조적 지성을 심고, 30~50대에는 지나온 20대의 젊음을 회복해 보다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로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경기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21세기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도시 대 도시의 경쟁시대다. 수도권이라고 해서 각종 규제로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서울 하나로 중국의 북경, 상해, 일본의 동경을 상대할 수 없다. 경기도 사람, 서울 사람은 없다. 절대 경기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같은 도시인이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서울, 경기, 인천을 한 권역으로 묶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경기도만의 지리적 특성과 인재를 활용해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세계속의 도시로 성장하길 바란다.

/글·사진=강현숙기자 blog.itimes.co.kr/kang7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