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룡 칼럼
서양속담에 희한한 구절이 보였다.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선 이발을 하고 일주동안 행복을 맛보자면 결혼하라는 투로 이어졌다.
변화를 탐하는 본능을 꼬집은 조크겠지만 달콤한 밀월이 열흘 안팎에서 시큰둥할 것이라니 비유치곤 심했다.
이와 견줄 일은 아니로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거둔 승전보는 일 년 열두 달을 우려도 바래지 않는 행복지수였다. 새삼 그 당시의 신명났던 나날이 그리워 재연의 계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하기야 주변에 널려 있는 크고 작은 축제가 하나 둘이랴. 석 달 뒤에 열릴 6·2지방선거 또한 큰 잔치에는 틀림없으나 행복과 직결하기에는 너무 순진한 생각이 든다.
총 2천297개 선거구에서 3천991명을 선출한다니 줄잡아 한 선거구에 셋이 나온 다 해도 족히 만 명이 겨루게 될 것이라 평탄하겠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밴쿠버 참가 선수와 각종 선거판에 나설 후보의 위상을 섣불리 동일선상에서 견줄 성질의 것은 아니다.
예컨대 밴쿠버 성과는 평소의 객관적 고증을 집대성한 소산인데 반해 일부 정책후보의 경우 고질적 낙하산 지명이 미심쩍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부터 중앙권에선 공천작업을 둘러싸고 여야는 계파간의 제 몫 챙기기에 한 치의 양보 없이 혈안이니 말이다.
6·2 선거가 현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차기를 넘보는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인식일진대 자중지란은 어른스럽지 못한 추태다.
그뿐인가. 민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막중한 소임을 지닌 국회조차 개점 휴업으로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대서야
이래서 작금의 공천제를 일컬어 정당이 공천권을 볼모로 지방 출마를 견제하는 '유괴정치'라는 일부 불만이 전혀 빈말이 아니다.
선거가 요식 행위로 밀리고 그나마 공천싸움이 시작이자 끝이라는 속셈에서야 어찌 국가동량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백보 양보하여 현 공천제가 불가분한 차선책이라 쳐도 보다 엄정한 검증시스템을 가동한 공론취합이야말로 후유증을 모면할 오직 한 길이다.
무릇 지방대표의 가치기준은 개개인의 인품에 더하여 평소의 언행이 지역민의와 맞아 떨어지는 것에서 비롯한다. 이와 더불어 일정 책임을 공유한 유권자 역시 특정당의 홍보를 떠나 지역후보의 정견 실현 의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본산이 민생을 외면한 채 이합집산도 모자라 지방 원격조종을 일삼는다면 도시 분권정치란 허울 좋은 하눌타리가 아니겠는가.
흐르는 물에선 이끼가 끼지 않는 법이다. 명색이 남을 다스리려는 위치에 서고자 할진 댄 스스로 모자람을 고뇌하는 반성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진주 보배가 병든 조개에서 자라나 듯 결손을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멈추지 않는 곳에 진리는 영롱한 빛을 간직한다.
뱀은 성장과정에서 몇 차례 허물을 벗거니와 이를 게을리 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모름지기 정치인의 '책임윤리'와 '개혁의지'는 뱀의 생리에서 타산지석을 거둘 만하다.
일반적으로 정치생리는 권력판도 변화 대응에 능하면서도 정작 자기혁신을 위한 낡은 허물벗기는 등한하다. 요령은 처세에 부분적 보탬이 될지 모르나 긴 안목으로는 허물 벗지 못한 뱀 꼴이라는 지적이다.
화두의 속담 마무리는 한 평생 행복을 누리자면 정직한 인간이 되라는 요체였다. 선거를 통한 미덥고 듬직한 '일꾼'을 뽑는 것이야 말로 정직과 직결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밴쿠버에서 최선을 다 한 선수를 통해 누구라 할 것 없이 행복의 눈물로서 박수를 보냈던 그 순수한 추억이 엊그제 일이 아니던가. 6·2 선거레이스에서 이 정신을 재연 하는 날 우리는 명실공히 성장한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지녀도 좋을 것이다.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