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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시환경개선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면서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디자인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에 걸쳐 도시 내 보행환경 및 거리 개선사업, 지하철역 환경 및 환승시설 개선사업, 마을만들기, 근린공원 조성사업, 간판 및 경관개선사업 등 다양한 공공사업들이 진행돼 왔다.

이런 사업의 특징들은 계획 시작에서 실행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3~5년 수준의 단기적 계획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어쩌면 지자체별로 경쟁적일 정도로 추진해온 공공디자인사업이 단기적 성과 위주의 전시행정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물론 단기적 공공디자인 사업이 지금까지 도시의 미관개선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인 사업들에서는 공공디자인의 본질적 내용이 간과되기 쉽기 때문에 우려의 소리 또한 적지않다.

공공사업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은, 도시민 대다수의 삶의 가치증대를 구현하기 위한 안전하며 편리한 디자인의 실현 즉, 오래 전 로날드 메이스가 주창했던 '유니버설 디자인'이 추구돼야 하는 것이다.


노인이나 장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능적이고, 안전하며, 쉽게 접근가능한 디자인을 골자로 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은, 그것이 도시 규모에서 정착되는데 상당시일이 필요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단기적 공공디자인사업과 유니버설디자인이 병립하기 힘들게 만드는 이유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유명한 일본 요코하마의 경우 현재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45년이라는 기간에 걸친 일관된 공공디자인정책이 추진돼 왔다는 것이 그 증거다.

유니버설디자인이 도시 전반에 정착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유니버설디자인이 단순히 건물입구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램프를 설치하거나 공공시설에 자동문을 설치하는 수준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필기구나 가전제품 같은 일상용품에서부터 크게는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삶의 기반 전반에 걸쳐 현재와 다른 모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해 개발되어 있는 현재의 상품이나 건축기법들은 아직 실험단계의 것들이 대부분이라 앞으로 많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고, 각 도시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모델개발이 필요하다는 점도 장기간의 연구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정착이 도시내 재화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시민들의 근본적인 의식전환이 전제돼야만이 가능한 난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결국 한 세대를 넘나드는 장기정책을 통한 계도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신도시가 끊임없이 추가돼 지속적인 도시정책을 마련하기 힘들었던 인천의 경우 위의 사실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의 적용을 위한 최적지 중 하나이다.

이미 도시의 틀이 잡혀져 있는 구도시들은 기반시설이나 체계변화에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신도시 및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이 계획된 도시에서는 조성 초기부터 가이드라인을 통한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청라신도시와 송도신도시의 본격 개발을 앞두고 있고, 항만과 공단지역에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은 후자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의 정착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인천이 그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리하자면, 난개발을 통해 이루어진 도시라는 오명을 지녔던 인천은 도시상황 개선을 위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는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의미의 공공디자인의 실현을 위한 대안마련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연구되어 온 수많은 연구결과물과 대안 등을 기초로 하여 인천에 맞는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의 정립과 시행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