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스포츠의 가장 큰 힘은 '단결'이다.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에너지를 안겨준다. 위대한 스포츠의 힘은 어려운 경제를 바꾸기도 하고 위기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지난 IMF위기 때 박세리와 박찬호는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지난해 세계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WBC에서의 한국야구의 선전은 또다시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지난 21일 154㎝, 46㎏밖에 안되는 가냘픈 이은별(19·연수여고 3)이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 1천500m 결승에서 준우승하며 인천에 동계올림픽 첫 메달을 선물했다. 이은별은 세계랭킹 2위이다. 첫 동계올림픽 출전에 내심 금메달 욕심도 났다. 이은별은 은메달을 땄다.

이은별의 은메달 획득은 인천스포츠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 사건이요 쾌거다. 인천동계스포츠가 처한 현실을 볼 때 이은별의 은메달은 물론 인천선수가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것자체가 기적이다. 이은별 어머니 김경애씨는 인천일보에서 딸의 경기를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가대표 선발전만큼은 안하다'고 말했다.

쇼트트랙은 동계스포츠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확실한 메달종목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부터 줄곧 금메달을 따왔던 종목이다. 한국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곧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여느 종목보다 국가대표가 되는 길이 치열하다.

김경애씨는 작년 4월 이은별이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을 치를 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은별이 국가대표가 됐을 때 인천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은별 아버지 이윤규씨는 "은별이가 국가대표가 됐는데도 인천에서 전혀 관심이 없어 내심 서운했었다"고 은메달을 따낸 직후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인천선수로 처음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은별은 지역에서 제대로 관심과 환송을 받지 못하고 밴쿠버로 떠났다. 그리고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땄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는 과욕이다.

이은별은 인천의 유일한 빙상장인 연수구 동남스포피아에서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이후 코치와 어머니를 따라 과천과 안양, 서울의 빙상장을 찾아 훈련을 했다. 동남스포피아에는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 인천의 수많은 빙상종목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대회감각을 높이기 위해선 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른 도시의 빙상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동남스포피아도 인천빙상연맹회장이 사비를 들여 인수해 운영되는 시설이다.

인천은 재정적으로 서울에 이어 국내 2위의 도시다. 경제적으론 경제자유구역, 인천국제공항을 앞세워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스포츠면에서도 인천은 오는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유독 동계스포츠 종목은 전국 10대 도시에도 못낀다. 시설 면에선 전국 최악이다. 얼마전 끝난 제91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10위를 차지했다. 동계체전 10위는 인천시체육회가 목표했던 순위다. 인천의 자존심으론 용납되지 않지만 현실이다.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아 온 인천의 동계스포츠가 이제 기지개를 펼 때가 왔다. 이은별의 은메달은 그래서 더 값져보인다. 인천선수도 동계올림픽에서 당당히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은메달에 만족하지만 다음 대회에선 금메달로 눈높이를 높일 수 있다. 지금 동남스포피아에는 이은별의 후배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모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다. 지금까지 인천빙상은 '유에서 무'를 창조했다.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땄다. 더 이상 동계스포츠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올림픽에서 가장 확실한 메달리스트들인 빙상종목의 인천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 출전선수 83명 가운데 인천선수는 이은별이 유일하다. 다음 올림픽에는 보다 많은 인천선수들이 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 동계올림픽에서는 선수 개인이 아닌 인천의 힘으로 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
 
/백범진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