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현에서 꼭 찾아볼 곳은 북방문화박물관이다. 니가타가 일본 열도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북방이라는 명칭을 쓴 문화박물관은 실제로는 일본 최대의 지주(地主)가 살던 건물이다.
메이지 유신과 함께 일본에서는 농토의 사유화가 인정되었고 이토(伊藤) 가문이 한때 45만평에 달하는 논밭을 소유하는 일본 최대의 지주로 등장해 3만석의 쌀을 수확했다. 1882년부터 8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본채는 65개의 크고 작은 방이 있는 건평 1천200평에 달하는 일본식 건물이다. 본관 다실(茶室)의 한쪽 벽은 길이 30m가 되는 삼나무가 사용되어 눈길을 끈다.
에도 막부시대의 막이 내린 후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78년 동안 이토 가문은 니가타에서는 물론 일본 전역에 알려진 지주가문이었다. 본관에 전시돼 있는 미술품들과 휘호들이 가문의 위세를 말해주고 있고 잘 보관된 토지대장들과 소작 관계 서류들도 재미있는 자료들이었다. 특히 당대 일본의 저명인사들의 휘호를 보면 국수주의와 군국주의가 팽배했던 사회상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지주들의 저택과 관련 자료들이 거의 사라진 것은 한국전쟁의 피해도 컸지만 해방 직후의 혼란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패전국이면서도 점령군 미군에 의해서 토지개혁이 실시되고 1946년 이토 가문은 토지를 포함한 전 재산을 깨끗이 포기했다
당시 니가타 주재 점령군 사령부의 라이트 중위는 유서깊은 대지주의 저택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이토가와 협의해 재단법인 북방문화박물관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1986년 개관 40주년 기념식에 백발의 모습으로 이곳을 찾은 라이트씨의 사진을 보면서 미일 관계의 또 다른 측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