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얼마 전 한국인 학원 강사가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문제지를 빼돌려 유학생들에게 넘긴 사건이 있었다. 지나친 교육열이 이 사회의 도덕이라는 벽을 무참히 무너뜨린 국제적 망신이었다. 외국대학 입시 시험에도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죽도록 매달리는 우리 교육 풍토로부터 발생한 부작용은 이미 갈 때까지 가 있었던 것이다.
수십 가지의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을 한 교실에 묶어두고 개개인이 진정 하고 싶은 공부보다는 오직 일류대학 입시가 그들 공동의 목표인 것처럼 매몰차게 몰아가는 우리의 교육현실에는 익히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돼 왔다.
단 몇 명의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을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 그렇지 않은 학생들까지도 함께 입시 지향주의로 몰아가는 우리의 교육 풍토는 이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그 후손들이 이 끔찍한 입시 지향주의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좋아하는 공부와 일을 하며 그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포괄적인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필자는 그 동안 교육계에서 거론돼 왔던 여러 가지 정책 제안 가운데 고교 특성화를 가장 현실적인 답안으로 본다.
현재 특성화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1학년부터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대학 레벨보다 훨씬 앞서 전문 분야를 학습한다.
남들보다 일찍 진로를 정해 특성화 고교로 진학한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일찌감치 그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키운다.
그러나 모든 학교를 이러한 특성화 고교로 만들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기존 학교들 중 특성화가 가능한 곳들을 선별해 특성화 학교의 범위를 차츰 늘려가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고교 특성화를 고교 평준화에 상반되는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학교를 특성화 시킬 수는 없으며 특성화 고교들이 더 많이 들어서더라도 나머지 학교들은 현재 고교 평준화에 해당하는 학교들일 것이다. 다만 고교 특성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현 고교 평준화의 고질적인 문제인 하향 평준화를 예방하며 궁극적으로는 과열된 입시경쟁을 분산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을 한 걸음 더 선진화시키는 것이다.
고교 특성화와 함께 대학 특성화도 이뤄져야 한다. 지방에는 입학 정원이 미달되는 학교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며 최근 들어 특히 그 추세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대학들이 대학 특성화를 통해 특정 분야에 포커스를 맞추고 개발 한다면, 특성화 고교에서 특성화 대학으로 이어지는 대학 입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다.
이 대학들은 안으로는 특성화 된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밖으로는 지방대학이란 사회적 이미지를 떨쳐내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겪고 있는 입학 정원 미달의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교 및 대학 특성화 성패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입학 제도가 될 것이다. 그 동안 입학사정관제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차츰 보완해 점차 그 완성도를 높여간다면 이는 분명 학교 특성화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시 지옥이라는 사회적 악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것이다.
대학 및 고교 특성화는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현존 하고 있는 특성화 고교들의 성공을 위한 건투를 빌며 이를 바탕으로 학교 특성화 제도가 우리나라가 교육 선진국으로 가는 터닝 포인트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우영 인천영어마을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