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리우스 오스굿 하버드대 교수는 생전에 아시아 통 인류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일본을 방문한 일이 없는 베네딕트가 일본문화비평서 '국화와 칼'을 쓴 것과는 달리 그는 현장에 가 직접 조사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광복 직후 내한해 우리나라 각지를 면밀히 조사한 후 그를 토대로 쓴 책이 '한국인과 그들의 문화'인데, 오스굿은 그 책 서문에서 그때까지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던 사실을 적시해 한국인 독자들의 낯을 붉게 만들었다.
서문 첫 머리를 그는 '한국에는 그 어느 나라보다 무식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시작하고 있었다.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지식이 한문 해독 계층의 전유물로 보편화돼지 못했던 사회의 한 면을 말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의 습득은 주로 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책이 드물었던 사정도 없지는 않았다. 조선시대의 독서광 교산, 연암 등의 일화는 감동을 주지만 그것이 백성의 보편적 정신생활사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활자 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 곧 '독서국민'이 이미 명치 30년대에 탄생했다고 한다.'(독서국민의 탄생·푸른역사 刊) 지금도 일본은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찍고 많이 읽는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어른들이 책 한 권을 채 읽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무언가를 읽고 있는 일본의 JR 열차간과 경인선의 썰렁한 일상적 풍경만 비교해 봐도 확연하게 다른 것이 오늘의 독서현실이다. '무식한 어른의 나라', 결코 자랑일 수 없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