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순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시울을 붉히며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길케 기다리던 아기가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소리를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입네다. 직접 제 몸을 검진해 봐서 잘 아시갔지만 저는 이번 임신이 려자로 태어나 처음 경험해 보는 배태입네다. 결혼 이후 줄곧 아기를 기다리던 뒤끝이라 기런지 배태의 기쁨이 이런 것인지는 미처 몰랐습네다. 의사 선생님, 일케 빕네다. 단 며칠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간을 주시라요. 기러다 관리소 생활이 좀더 익숙해지면 다시 의사 선생님께 제 심정을 죄다 말씀드리갔습네다….』

 의사는 연방 훌쩍거리는 성복순의 표정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에서 죄를 짓고 노동교화소에 들어온 여죄수 신분이지만 성복순의 얼굴이 너무 곱상하고 남에게 함부로 드러내놓고 말못할 사연이 많은 듯해 보여 다시 물었다.

 『아기를 오래 전부터 기다렸다는 말이오?』

 『기렇습네다. 지금은 고인이 된 몸이지만 세대주와 저는 정말 무지무지하게 아기를 기다렸습네다.』

 『길타면 며칠 후에 다시 담화해 보기오. 오늘은 검진해야 할 사람이 많으니까니 이만 나가보기오.』

 의사는 깔타에다 성복순과 나눈 담화 내용을 몇 마디 더 적어놓고 다음 사람을 불러들일 채비를 했다. 중절의 최종 시한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좀 있었던 것이다. 임신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중절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지배인의 지침을 받고 난 뒤에야 결정을 내릴 일이라 그녀의 소관 사항도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산부인과 검진 결과만 부지배인에게 정확하게 보고하면 자신의 소임이 끝나는 일이라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 볼 시간도 없었다. 성복순은 큰 음덕을 입은 듯 공손히 절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신체검사를 다 마치고 나니까 어느덧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성복순은 신입자 14명과 함께 보위원을 따라 관리소 사무실 앞으로 걸어갔다. 관리소 대열과에서 나온 늙수그레한 보위원이 신입자들을 데리고 복도로 들어가더니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으라고 했다.

 늙은 보위원은 인솔 보위원이 넘겨준 교화소 입소문건을 받아들고 한 사람씩 확인해 나갔다. 입소문건과 죄수들의 신원이 맞아떨어지자 두 보위원은 담배를 한 대씩 나눠 피며 입속말을 주고받았다.

 『비서 동지와 부비서 동지한테는 에미나이들을 언제까지 보내 줘야 하는가?』

 『동무가 마쳐야 할 일부터 서둘러 보시라요. 기카다 보면 또 무슨 전갈이 오갔지요.』

 접수원은 죄수들을 한 사람씩 자기 책상 앞으로 불러들여 꿇어앉혀 놓고 이름·나이·직업·사회에서의 경력과 교화소에 오게 된 사연을 꼼꼼하게 캐물으며 신상파악에 들어갔다. 사회에서 격리되어 교화소로 들어온 죄수치고 억울하지 않는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불평불만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