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20여년 전,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의 발상지인 일본 오이타 현(大分縣)을 방문한 일이 있다. 인천시관광협회와 자매결연을 한 오이타현관광협회 회장 히라마츠 모리히코(平松守彦) 지사가 일행을 초청했던 것이다.
오이타 현에는 인구 42만명의 오이타 시, 13만명의 벳부(別府) 시가 있다. 벳부는 온천관광으로 유명해 호텔이 많았는데 동행취재했던 필자에겐 하루에 한 곳씩 머물게 해 이동하느라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거구의 호남형 히라마츠 지사는 직접 필자에게 "여러 호텔의 특색도 함께 소개해 달라는 뜻에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호텔마다 깨끗한 침실과 정성을 곁들인 지배인 명의의 과일바구니를 제공해 주었다.
다음날 새벽, 산책을 할까 하고 방문을 나서니 지역지 '대분합동신문(大分合同新聞)'이 수십개의 객실 앞에 모두 놓여 있었다. 다음 날, 다른 호텔도 같았다. 외지 손님에게 지역지를 통해 대분현을 알리고 있던 것이다.
마침 본보에서 독자배가운동(讀者倍加運動)을 벌이고 있던 때였는데 필자는 그 광경에 감격하였다. 호텔 건너편 계곡에서 마악 건너온 새벽 공기 같은 공동체의 건강한 모습과 뭔가 함께 해 나가자는 분위기를 느꼈다.
최근 시의원들이 '지역신문 구독지원 조례안'을 공동 발의해 화제다. '형평'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사랑'의 한 방편으로 보인다. 향우회(鄕友會) 회보는 열독해도 지역지는 안 보는 인천의 고질적 풍토병을 고쳐나가자는 것 아닌가. 더불어 살려면 역사·문화 체험은 고사하고 지역사회의 현안이라도 공유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