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런데 왜 여태 집에는 아무 기별도 해주지 않았지요? 군대에서 하는 일이지만 너무 답답하네요.』

 정남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길쎄요. 둘째 형님 말씀으로는 뇌 촬영해 놓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그랬다고 하는데 저도 처음에는 요해가 되지 않았습네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그런지는 모르갔지만 저도 근 달포 전부터 밤만 되면 그 아이가 울면서 꿈에 나타나고 해서 아주 애를 먹었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인구 아버지한테 매달리다시피 사정도 했지요. 막내삼촌한테라도 연락해 인구가 어드러케 지내는지 안부라도 한번 알아 봐 달라구요. 기런데도 말을 들어야디요, 아이 버릇 버린다며. 자기 자식 일인데 형님은 어드러케 그러케 랭정한지 어느 때는 내가 병이 다 난다니까요. 기러나 저러나 그 아이래 후환은 없어야 할 텐데…경과는 어드러타고 합데까?』

 정남숙은 애가 타는 표정으로 곽병기 대위를 바라보았다. 곽병기 대위는 인구가 남쪽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마저 전하기 위해 변죽부터 울렸다.

 『조카 자동차 사고 때문에 집안에 시련이 좀 닥칠 것 같습네다. 오마니나 형수님도 마음 단단히 먹으시라요. 기렇찮으면 집안 전체가 사상투쟁의 희생자가 될 것 같아 걱정입네다.』

 『녜에? 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입네까?』

 정남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곽병기 대위를 지켜보았다. 인구가 자동차 사고를 내고 머리를 다쳤는데 왜 집안 전체가 사상투쟁에 휘말려야 하는가 말이다. 누구 높은 사람이라도 다치게 했단 말인가? 그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되물었다.

 『사상투쟁이라뇨? 그 아이가 욱하는 감정을 못 참아 누구래 높은 사람을 고의적으로 다치게라도 했다는 말입네까?』

 『아니, 그런 이야기는 아니구요…』

 곽병기 대위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형수와 어머니가 충격을 덜 받을까 하고 잠시 말을 끊었다. 그때 아파트 나들문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곽병룡 상좌가 온 것이 틀림없었다. 정남숙은 세대주 문이라도 열어주고 와서 이야기를 계속하자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이야요?』

 『음. 문 열어라우.』

 정남숙은 아파트 나들문 문고리를 땄다.

 『오마니, 저 댕겨 왔습네다.』

 곽병룡 상좌가 모자를 벗어들고 안으로 들어오며 건넌방을 향해 말했다. 그때 곽병기 대위가 손씨 방에서 나오며 인사했다.

 『이제 오십네까? 저 왔습네다, 형님!』

 『음, 왔냐. 아까 평양에 있는 네 형한테 전화는 받았다만 어케 짬을 낼 시간은 있었더냐? 어서 들어가자.』

 곽병룡 상좌는 곽병기 대위와 함께 현관으로 들어서며 반가운 빛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