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리상위는 강영실을 지켜보았다. 강영실이 다시 말했다.

 『사관장 동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곽인구 하사는 항일혁명열사의 손자로 중앙당에 작은아버지가 복무하고 있고, 국가안전보위부에 막내 삼촌이 복무하고 있는 붉은 귀족의 자제였습네다. 이런 붉은 귀족의 자제가 후방부 운전사관으로 복무하게 되면 사단 경리사관이 후방부장과 부부장(副部長)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일일 활동내용이 군단 상급참모에게 바로 보고될 것이 뻔하며, 군단 상급참모의 말 한 마디에 사관장 동무의 뒷방치기사업 내용이 다 드러나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습네다. 나는 그때 사관장 동무가 벌벌 떨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이 떠올랐습네다. 이 사람이 도대체 군대 후방물자를 얼마나 뒤로 빼내 뒷방치기 사업을 하길래 자기 위에 후방부장도 있고 부부장도 있는데 미리부터 이렇게 겁을 집어먹는가 하고 의아스럽기도 했습네다. 그러나 내막을 알고 보니까 후방부 실무 책임자급 중에서 경리사관이 군사칭호(계급)가 제일 낮았습네다. 그러므로 궂은 일은 후방부장이나 부부장을 대신해 경리사관이 도맡아놓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네다. 기런데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자기가 제일 먼저 목을 내놓고 방패막이 역할까지 해야만 저하고 무사히 결혼도 할 수 있고, 또 제대해서 좀 좋은 직장으로 배치 받는데 고일 뇌물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습네다. 그러면서 사관장 동무는 내 손을 붙잡고 좀 도와 달라고 했습네다. 나는 그때 당신이 우리 앞날을 위해 기러케 애쓰는데 내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나, 어서 말하라고 했습네다. 그랬더니 곽인구 하사가 군단이나 보위부에 불지 못하게 하루속히 엮어야 한다고 말했습네다. 나는 엮어야 된다는 말이 퍼뜩 료해(이해) 되지 않아 다시 물었습네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기랬더니 곽인구 하사의 입을 막아 자기한테 묶어놓는 유일한 방법은 려자와 라체오락을 하게끔 사관장이 려자를 붙여주는 일이라고 말했습네다. 기러케 되면 곽인구 하사도 사관장과 같이 군대 후방물자를 뒤로 빼내 술 사먹고 려자와 라체오락까지 함께 한 동범(공범)이 되어버리니까요. 기러케 두어번 라체오락을 하게끔 사관장이 앞장서서 려자를 붙여주고 나면 곽인구 하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기므로 어디 가서 사관장이 뒷방치기 하는 사업내용을 다른 사람한테 발설하지 않고 자기가 제대할 때까지 비밀을 유지시켜 준다고 말했습네다. 기러면서 사관장 동무는 저와 한집에서 살고 있는 복순 동무를 꼬여 곽인구 하사와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습네다. 사관장 동무가 위기에 몰렸다는 소리에 놀라 저는 사실 그때 별 죄의식도 없이 수락하고 말았습네다. 대부분의 인민들이 그렇게 뒷방치기 사업이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곳이 공화국 사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