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14) 『죽은 세대주와 결혼식을 마치고 내려와 신방을 꾸미는 날 사관장

동지가 입쌀과 콩기름을 가지고 찾아왔더랬습네다. 그때 밥상을 차려

방으로 들어가니까니 소개시켜 주었습네다. 신대원훈련소를 함께 나온

친구라고. 그 뒤부터 사관장 동무는 스스럼없이 군대 입쌀과 옷가지 등을

들고 나와 우리에게 건네주며 살림에 보태 쓰라고 했습네다. 그때마다

우리는 이밥을 지어 대접하며 흉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습네다.

 그러다 4년 전 세대주가 부하들과 함께 전연지대 지뢰밭을 순찰하러

갔다가 부하가 지뢰를 밟는 바람에 다리와 척추에 파편을 맞고 하반신

불구가 되었더랬습네다. 감정제대(신체적 결함으로 더 복무할 수 없는

자나 정치범과 반당 종파분자로 판명되어 가족이 교화소나

특별독재대상구역으로 추방되는 자, 또는 성분재조사사업에서 악질

반동분자로 낙인찍힌 자 등을 강제로 옷을 벗겨 쫓아내는 제대) 후

세대주는 자신이 하반신 불구에다 부부생활까지 못하는 성불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삶의 의욕과 투병의지마저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냈습네다.

 국가로부터 받는 사회보장금 30원으로 세대주 약값을 대며 한 달을

연명해야 하는 그때, 저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자식도 하나 없는

신혼시절에 세대주가 하반신 마비에다 성불구까지 되어 있으니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삶에 대한 자신마저 서지 않았습네다. 그때도 사관장

동무는 우리 부부를 잊지 않고 물심 양면으로 돌보아 주며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라고 격려해 주었습네다. 공화국 사회가 혈육이 보고

싶다고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는 사회는 아니지만 저는 그때 친구가

혈육보다 낫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네다. 그런데 세대주는 신체 불구

이후 찾아온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해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는 사관장의

보살핌도 멀리한 채 양잿물을 먹고 자살해버렸습네다.

 이웃의 도움으로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뒤, 저는 두어 달 가량

두문불출하다시피 하며 빈방에 누워 마음의 병을 앓았습네다. 그때 사관장

동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찾아왔다며 돈 이백 원과 입쌀 두 마대를

내놓았습네다. 그걸 밑천으로 해서 장사라도 해보라고 하면서 말입네다.

나는 그날 밤, 정성 들여 밥상을 차려 들어와 사관장 동지를 대접한 뒤

하룻밤만 자고 가라고 붙잡았습네다. 그리고는 내 스스로 옷을 벗었습네다.

 그동안 우리 세대주와 저를 도와주느라 애썼다며 그 동안의 도움에

감사하듯 사관장 동무에게 내 몸을 하룻밤 주었습네다. 그렇게라도

보답하지 않으면 평생 마음의 빚을 지고 살 것 같은 부담감 때문에 내

쪽에서 견딜 수가 없었습네다. 그때 사관장 동무는 죽은 세대주가

자기한테 우편으로 보낸 마지막 사연이라며 편지 한 통을 내놓았습네다.

펴보니까 나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죽은 세대주의 유언이 적혀

있었습네다….』

 강영실은 입을 막으며 잠시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