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13)

 눈을 감은 채 강영실의 진술을 듣고 있던 리상위가 눈을 떴다.

강영실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리상위의 표정이 두려운 듯 다시 진술을

이었다.

 『그러면서 잠을 못 자게 했습네다. 그 바람에 나는 보위원들과

보위서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서전을 쓰며 3일 동안 눈 한번 붙일 수

없었습네다. 졸기만 하면 건장한 남자들이 다가와 가죽채찍을 휘둘렀고,

뺨과 귀를 비틀며 고통을 안겨 줘 졸 수조차 없었습네다. 그 통에 스물 몇

장이나 쓴 자서전은 내가 썼으면서도 어떻게 썼는지 모르갔습네다. 정신이

혼미해 도무지 기억해 낼 수가 없습네다….』

 문중위와 박중위한테 체포되어 이곳으로 온 이후의 일들을 진술하다

강영실은 예심책상에 머리를 처박으며 또 꾸벅꾸벅 졸았다. 리상위는

그녀의 무의식상태를 다 파악한 듯 그녀가 한번씩 고개를 떨어뜨릴 때마다

깨우지 않고 1∼2분씩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그녀가 단잠에 빠지려고

하면 옆에 서 있는 보위서기에게 눈짓을 했다. 보위서기는 그때마다

강영실의 귀나 뺨을 비틀어 잠을 깨우고는 그녀가 겁을 집어먹을 수 있게

가죽 채찍을 휘둘러댔다. 그 채찍질에 놀라 강영실이 억지로 눈을 뜨며

잠을 쫓으려고 안간힘을 쓰면 리상위는 다시 보위서기에게 눈짓을 보냈다.

보위서기는 들고 있던 가죽채찍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겁탈하듯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채찍을 맞아가면서도 졸던 강영실은 그때서야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졸지 않고 다 말할 테니까니 한번만 용서해 주시라요. 제발, 빕네다.

아아, 이러지 마시라요.』

 보위서기를 밀치며 강영실이 한바탕 요동치는 것을 보고 있던 리상위가

보위서기의 거친 행동을 중지시켰다. 강영실은 강제로 벗긴 옷가지들을

재빨리 주워 입으며 바들바들 떨었다.

 『정말 졸지 않고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할 수 있겠는가?』

 리상위가 예심책상 위에 놓인 담배를 빼물며 물었다. 예심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황급하게 옷을 입고 있던 강영실은 두 손을 모아 빌면서

대답했다.

 『이케 빌면서 맹세하갔시요. 제발 옷만 벗기지 마시라요.』

 『좋아. 길타면 한번 더 기회를 주지. 그 동무 다시 의자에 앉히라우.』

 리상위가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보위서기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강영실을 일으켜 리상위 맞은편 의자에 앉혔다. 리상위는 강영실을

달래듯 물을 한 잔 부어 주었다. 강영실은 꾸벅 고개를 숙여 절을 한 뒤

리상위가 부어준 물 한 잔을 단숨에 마셨다. 리상위는 수사구루빠 림창배

소좌가 메모해 보낸 예심지도서를 내려다보다 다시 물었다.

 『사관장 송영호 상사는 언제 만났는가?』

 『5년 전에 만났습네다.』

 리상위는 틈을 주지 않고 파고들었다.

 『어디서 만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