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강화 석모도'
 석양이 아름다운 섬 석모도.
 영화 ‘시월애’의 무대였던 석모도가 얼마전 한 인터넷 여행정보 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연인끼리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최고의 여행지로 뽑혔다.
 영화속 이정재와 전지현이 사랑을 속삭였던 우체통과 무대 세트는 사라지고 없지만, 연인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기도 효험이 높은,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의 하나인 낙가산 보문사가 자리하고 있어 영원불변한 사랑을 원하는 연인들의 기도가 이뤄지기 때문일까. 석양이 아름다운 섬 석모도의 매력에 빠져본다.
 
 강화도 외포리 포구에서 카페리선(평일 30분, 휴일 15분 간격)를 타고 서쪽으로 1.5㎞만 가면 작고 아름다운 섬 석모도와 만날 수 있다. 먹이사냥을 하지 않고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길들여진 ‘거지갈매기’ 떼의 호위를 받으며, 석포리 선착장에 닿는다. 화도면 검암돈대에서 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궂이 승용차가 없어도 제시간에 도착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섬 여행이 쉽다.
 도서경관과 해상풍광이 빼어난 석모도에는 아름다운 산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해명산과 상봉산, 상주산 등 3개의 산이 있어 삼산면이란 지명이 붙었다.
 이들 3개의 산은 그러나 각각 떨어져 있는 산이 아니라 능선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높은 봉우리에 각각 이름을 달리하고 있는 하나의 산이다.
 산세가 가파르지 않고, 높지 않아 가벼운 산행이 가능하다. 주로 전득이 고개를 출발, 해명산 정상에서 밤개고개, 새가리고개, 낙가산, 보문사로 이어지는 코스가 인기다. 2시간30분 정도 걸으면서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 보는 기분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다.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섬의 북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상주산에 오르면, 교동면과 북녘땅이 가깝게 보인다.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의 하나로 꼽히는 낙가산 보문사는 해명산과 상봉산 사이에 위치한다. 석포리 포구에서 섬내 버스를 타고 15∼20분 정도 걸린다.
 보문사는 전등산, 정수사 등 강화의 3대 고찰로 신라 선덕여왕때,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전 금강산에서 내려 온 회정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석굴법당과 절 뒤 암벽에 새겨진 높이 6.9m의 마애석불이 일품이다. 마애석불은 아슬아슬, 금방 떨어질 것만 같은 눈썹바위를 이고 있다.
 눈썹바위에서 떨어진 큰 바위가 22개의 나한상을 모시고 있는 석굴의 지붕이 됐다는 말이 마을에 전해진다.
 이 나한상은 보문사를 창건한 지 14년만에 한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올렸다고 한다. 물고기 대신 돌덩어리 22개를 건져올렸으니, 어부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터. 그러나 다음날에도 동덩어리를 건져올리자 노승이 일러준대로 낙가산으로 옮기게됐고, 현재의 석굴 근처에서 돌이 무거워져 굴안에 단을 놓고 나한상을 모시게됐다는 것이다.
 보문사 서쪽 뒷산에서 바라보는 서해낙조는 민머루 해수욕장의 낙조와 함께 강화 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맑은 날이면 이 곳에서 서해 작은 섬 넘어 황해도 연백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보문사 뒷편에는 작은 배와 모양이 흡사한 배바위가 있고, 석실 북편에는 1천명이 앉을 있다고해 ‘천인대’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옆에는 소금생산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천일염전이 있다. 석모도 수금은 다른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과 달리 농도가 낮아 그 품질이 전국에서 최고로 꼽힌다. 그러나 2006년부터 18홀 골프장으로 개발돼, 염전은 추억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민머루 해수욕장은 폭 50m에 길이가 약1km의 모래사장과 바닷물이 빠지면 수십만평의 갯벌이 나타나 갯벌체험이 제격인 곳 이다. 한 동안 영화 ‘시월애’의 이정재가 머드팩했다는 소문에 많은 이들이 개흙을 퍼갔다고 하는데, 갯벌보존을 위해 무분별한 체험활동은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인근 강화 벤댕이 집에서 저렴한 가격에 국내 최고의 벤뎅이 맛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석포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북쪽으로 올라가면 하리가 나온다. 하리는 갈대밭이 영화 속 풍경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낭만을 추구하는 연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갈대밭을 지나면 나오는 하리포구에는 작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데 그 옆의 개펄과 논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 곳에 상하저수지가 있다. 강태공들이 즐겨찾는 낚시터다. 상하저수지를 비롯해, 매음리 저수지와 삼산저수지는 경광이 수려하고 민물낚시가 잘 되기로 소문이 나았다. /김주희기자 (블로그)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