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롭고 절박했던 굶주림의 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면해보자 하는 급박한 조바심이 전도 유망한 곽인구 하사의 일생을 망쳐 놓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 같습네다. 이번 일은 모두가 내 잘못입네다. 사관장 동무야 상관의 지시에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군인이니까 물불 가리지 않았겠지만 저는 그래서는 안되겠지요. 옳고 그름을 가려 지혜롭게 안해의 길을 걸어야 하는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까맣게 잊고 돌아올 수 없는 길까지 가고 말았습네다. 저를 죽여 주시라요. 이제 세상만사 아무 미련도 없습네다. 지은 죄를 용서받으려면 죽어야 마땅하다는 생각뿐입네다. 더 살아보고 싶은 의욕도 없습네다. 세대주도 죽고 사관장 동무도 죽은 이 마당에 내 같은 사람이 살아본들 무슨 희망이 있고 락이 있겠습네까? 많은 인민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형을 시켜도 좋고 불에 태워 죽여도 좋고 목매달아 죽여도 좋습네다. 하루 빨리 저를 죽여 주시라요. 복순 동무는 아무 죄 없습네다. 모두가 내 탓입네다….』

 강영실은 치미는 설움을 참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오열했다. 리상위는 잠시 시간을 주다 수사반장이 적어보낸 예심지도서를 또 내려다 보았다.

 『그날 곽인구 사관에게 술도 대접했는가?』

 강영실은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술을 대접했는가?』

 『빨리 잠들게 하기 위해 들쭉술을 양재기 잔에 가득 부어 주었습네다.』

 리상위는 그때서야 화물자동차 전복사고의 원인과 배후가 보이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쪼박을 썰어 넣은 주먹밥은 누가 싸주었는가?』

 『기것도 제가 싸준 것입네다.』

 『기럼 「인구 동무!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드라요. 복순」이라고 쓴 쪽지는 누가 썼는가?』

 『곽인구 하사를 한번 더 대접하기 위해 복순 동무에게 내가 시킨 것입네다. 기렇게 받아 적어라 하면서.』

 『그렇다면 매월 그렇게 주기적으로 빼낸 군대 후방물자는 어드러케 처분했는가?』

 『장마당에 가면 군대 후방물자만 전문적으로 받아주는 윤아바이란 거간꾼이 있다고 했습네다. 그 아바이한테 갖다주면 아무 탈없이 잘 처분해 준다고 말했습네다.』

 『윤아바이한테는 군대 후방물자를 어드러케 전달했는가?』

 『윤아바이가 정해주는 곳에 차로 실어준다는 말을 들었습네다.』

 『성복순은 월암리 숲길에다 입쌀을 내려주었다고 진술했는데 그때는 윤아바이가 그곳에다 떨어뜨리라고 했는가?』

 『기건 위에다 뇌물로 고여야 할 물자가 아닙네다. 사관장 동무가 살림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저한테 내려 준 입쌀이었습네다.』

 『그럼 위에다 상납금으로 바치기 위해 처분하는 후방물자는 사관장이 윤아바이한테 직접 실어다 주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