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9)

 그런데 당이 어찌 전연지대 최일선 복무자를 그런 식으로 대우할 수

있을까?

 갑자기 배신감이 끓어올랐다. 주체할 수 없는 배신감에 들떠

헐떡거리다 다시 생각해 봐도 공병대 선임하사처럼 끌려가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사관장과 했던 약속 때문에 입쌀을 싣고 가서 사민들에게

넘겨주고, 사관장이 권한 낮술에 취해 에미나이와 라체오락까지 하게 된

몸이지만 리상위의 말대로 자신이 총살형을 당하게 된다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 남반부 에미나이의 말처럼 한번

뉘우쳐보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마저 주지 않은 채 한 인간의

목숨을 끊어버리는 살인행위였다. 자신이 비록 직속상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군대후방물자를 싣고 가 사민들에게 넘겨주고 또

화물자동차까지 뒤엎어 먹은 과오범이지만 공병대 선임하사처럼 개죽음을

당하기는 싫었다. 벌을 받아야 할 과오범이기는 해도, 그 이전까지는 그도

당과 수령을 위해 누구 못지 않게 충성을 다해 왔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직속상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한번 과오를 범했다고 사람을 공개

총살장으로 내몬다는 것은 피도 눈물도 없는 처사처럼 느껴졌다.

 어버이 수령님이나 지도자 동지가 그런 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필시 그 밑에 있는 당 간부들이나 선전선동꾼들이 여러

병사들에게 겁을 주면서 다시는 그런 과오범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에 사람을 그렇게 벌판으로 끌고 나가 여러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시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려고 그런 끔찍한 총살형마저

서슴지 않는지 몰라도 그들의 각본에 이끌려 개죽음을 당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허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번 끊어버리면 되살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목숨인데 어떻게 그렇게 몇몇 힘있는 사람들이 사람의 목숨을

그들 멋대로 뗐다 붙였다 하는가 말인가?

 인구는 불순한 그들의 작간(作奸)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그들이 쳐놓은 함정에서는 빠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이 위기의 순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강영실 동무와 성복순 동무가 붙잡혀 왔다면 내가

거짓 자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다 드러날 텐데…. 그렇게 되면 정말

리상위의 말처럼 보위사업방해죄까지 덮어쓰고 공개총살형을 받을까? 맞을

거야. 화물자동차를 뒤엎고 많은 병사들이 먹을 군량미를 매달 빼낸 것도

중대한 과오인데 사관장 동지마저 죽게 만들었지 않은가? 거기다 먹지

말라는 술과 에미나이까지 올라타고 반당 행위까지 했으니…. 눈에 뭐가

씌어도 되게 씌었지 어드러케 그런 회생 불가능한 과오까지 저질렀을까?

 괴로움에 못이겨 인구는 또 꺼질 듯이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