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8)

 인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귀를 모았다.

 『자신의 지난 삶을 통회하며 올바르게 살아보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유대한으로 오십시오. 여러분의 진정한 조국,

자유대한은 자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르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는 누구에게나 재기의 기회를 약속하고 관용을 베푸는

사회입니다. 인민군 여러분! 두 번 다시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그러면 지금이라도 용단을 내리십시오.

자유대한으로 오는 길은 늘 열려 있고 먼저 온 선배들은 오늘밤도

여러분을 향해 애타게 외치고 있습니다. 벌건 대낮에 공개총살형 같은

반문명적 살인행위가 끊임없이 자행되는 그 암흑의 땅에서 하루빨리 빠져

나오라고….』

 남반부 에미나이가 속살거리는 고성기 방송을 듣고 있다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아래턱이 달달달 떨렸다. 인구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또 침을 꿀꺽

삼켰다. 불현듯 고성기 방송을 타고 자신의 병실까지 다가와 속살거리는

에미나이가 벼랑 끝까지 내몰린 자신에게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저 에미나이가 오늘밤 왜 저런 말을 할까?

 인구는 침상에 걸터앉아 남반부 에미나이가 속살거린 고성기방송

내용을 다시 생각해 봤다.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과오를 범할 수 있다는 말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의 목숨은 한번 끊어버리면 다시 되살릴

수가 없다는 말도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가슴을 흔들었다.  그렇다.

사람의 목숨은 한번 끊어버리면 다시 이을 수가 없다.

 인구는 붉은 선혈을 내뿜으며 숨진 공병대 선임하사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보다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당에서는 공병대 선임하사와 같은 죄를

짓지 말라고 수많은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총살형을 집행했겠지만

공병대 선임하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 총질의 끝은 한 인생의 종말을

의미했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었다. 이름도 없는 민둥산 밑에서 총살을

당하기 위해 선임하사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결국 그렇게 비참하게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선임하사는 그렇게 죽기 위해 그 힘든 신대원 훈련을 이겨냈을까?

아니, 그 참기 힘든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며 그 긴 고난의 세월들을

이겨 왔을까? 그렇게 허망한 삶을 위해 어버이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에게 그토록 열렬하게 충성을 맹세했을까?

 결코 그런 뜻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종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았다면 그토록 긴 세월 동안 충성의 맹세를 반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군사훈련의 고통과 살을 에어내는

듯한 강추위, 그리고 뱃가죽이 등골에 달라붙는 듯한 배고픔과 허기를

참으며 조국의 최일선을 지켜오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