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이 다급한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땅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머리만 깨어질 듯 아팠다.

 어드러케 해야 좋은가? 내일은 어쩌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을지도 모르는데…?

 인구는 침상에 머리를 처박은 채 부르르 몸을 떨었다. 눈 꼬리를

치켜세우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리상위의 모습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다가오는 독사의 모습처럼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려웠다.

침상에서 내려와 불안한 모습으로 병실을 왔다갔다하다 고성기 방송에 또

귀를 모았다.

 『인민군 여러분! 인간은 신처럼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은 실수나 과오를 범할 수가 있어요. 그렇지만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과 반성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을 지녔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가 과오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어떤 형식으로 주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일생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령 오늘날의 북한 사회처럼 공개총살형같은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책벌주의로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리면 그 사람의 일생은 거기서 끝나게

되어 버리지요. 사람의 목숨은 한번 끊어버리면 다시 되살릴 수가 없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런 인명중시사상을 뿌리내리기 위해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서방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사형과 같은 극형주의를 배격하고 있지요. 그들은

아무리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그 장본인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상기시키며 사형에 처할 만큼 무서운 죄를 지은 범죄자에게도

무기징역형같은 형벌을 주며 우선은 한번쯤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지요. 그것은 지은 죄가 밉지 사람 자체가 미운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인민군 여러분, 공개총살형을 받고 처참하게 죽어간 오늘날의 북한

주민들이나 여러분의 동료들에게 그런 반성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한 마디로 말해 끝난 인생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되살아

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요? 이처럼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는 어떤

정신을 가지고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삶의 내용과 질도 바꾸어 놓을 수가 있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잠복초소에서 이 밤도 오들오들 떨면서 밤을 새고

계시는 인민군 여러분! 여러분은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과오를 범했다

하더라도 쉽게 인생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깊이 통회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세요. 여러분의 진정한 조국, 자유대한은 죄 지은 자가

진정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기회를 요청하면

반드시 재기의 기회를 약속하는 사회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중대한 과오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