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포구기행-만석.화수.북성포구를 찾아서
 인천역 뒷편, 볕이 잘 들지 않은 신만석고가 밑. 줄지어 선 수 많은 차량들 사이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길이 이어진다. 이쯤일까 하면 저만치 또 길이 나오고, 어디서 멈춰야 할 지 모른채 두리번거리다 보면 작은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가리키는데로 사람 둘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골목길로 접어든다.
 ‘도대체 있기나 한거야’ 투덜투덜 걷다보면 막다른 골목길이다. ‘여긴가’하는 희망은 그제야 빛을 바란다. 끼륵끼륵 갈매기가 울지 않았다면 바다라 믿지 않았던 곳에 작은 포구가 있다. 북성포구다.
 
 인천시 동구 만석동과 화수동에는 3곳의 부두(포구)가 있다. 매립의 역사와 함께 생겨난 북성포구와 화수부두, 그리고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만석부두.
 이들 세 부두는 공장 사이 사이에 숨어 있다. 아는 사람만 알고, 그나마 아는 사람들에게도 잊혀지지 않았나 생각드는 곳에 있어 찾기 힘들다.
 1900년대 초반 만수동과 화수동, 송현동, 북성동 해안을 본격적으로 매립하면서 이 일대에는 큰 공장들이 들어선다.
 동일방직과 대성목재, 한국유리 등 공장들이 굴뚝에서 연신 검푸른 연기를 뿜어내기 이전만해도 이 곳에는 소나무가 무성했고, 산 부리가 괭이(고양이) 모양을 한 작은 섬이 있었다.
 매립의 역사가 써지기 이전에 ‘괭이부리’는 돌출된 해안이었다. 그 모양이 ‘고양이를 닮았다’하여 이름도 괭이부리라 불렀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괭이갈매기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얘기도 있다. 여하튼 괭이부리는 옛 인천팔경의 하나로 ‘묘도석조’(描島夕照·괭이부리 석양)가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곳에 있는 북성포구와 화수부두, 만석부두는 매립의 역사가 써진 이후 들어선 부두다.
 화수부두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조금사리’만 되면 고기를 가득 실은 어선이 수 없이 들어와 배를 델 곳이 없어 싸움박질이 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조기부두라 불릴 정도였으니 말이 필요없다. 공판장은 물좋은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한쪽에선 땔감을 자르는 톱소리에 도끼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젖갈류 점포들이 부두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 준 곳이었다.
 사람들이 사라지면 정박한 배위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나무로 만든 엉성한 낚시대 하나로 망둥이를 낚아올리던 재미도 화수부두에서 겪을 수 있었다. 90년대 말 망둥이 낚시 대회가 이 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지금은 오래전 영화는 간데없고 정박해 있는 몇 척의 배만이 쓸쓸함을 더 해 줄 뿐이고, 공허한 국회의원들의 개발공약만 난무할 뿐이다.
 화수부두에 가면 5∼6곳에 이르는 횟집이 있다.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 밝은 조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회를 먹는지 밑반찬을 먹는지 모를 정도였던 시내 횟집에서의 경험을 이 곳에선 할 수 없다. 대신 듬성듬성 썰어놓은 자연산 횟감엔 인정이 넘쳐흐른다.
 화수부두에서 200m 정도 대우종합기계를 지나 신만석고가 쪽으로 가다보면 새로 들어선 만석주공아파트 앞 편에 만석부두로 향하는 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다.
 양편에 늘어선 ‘무슨 무슨 유선’ 간판을 따라 골목길 안쪽 깊숙이 들어가면 선착장이 눈에 띈다. 연안부두를 떠올린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형색이지만 ‘꾼’들에겐 이미 유명한 곳이다.
 음력 8일과 23일 물살이 약해지는 ‘조금’ 때를 지날 즈음이면 낚시대를 들쳐 멘 꾼들로 만석부두는 성황을 이룬다. 아직 물이 차 꾼들의 발길이 뜸하지만 4월이 되면 조금 사리할 것 없이 수시때때로 배가 뜬다.
 바다낚시를 떠나는 꾼들이 찾는 곳은 남항도 있지만 만석부두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이 곳에서떠나는 대부분 낚시배는 10명 안팎을 태울 수 있는 작은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 배에서 자리 차지하려는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게 이 곳 사람들의 귀뜸이다. 꾼들이 빠져가나간 뒤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북성포구를 찾아가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미 알고 있는 친구와 함께라면 길찾는 수고가 덜할텐데 초행길이라면 설명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천역 뒷편에 신만석고가가 있다. 고가 아래 주차장인 듯 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쭈욱’ 들어가다보면 ‘갸우뚱’ 길이 없어진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래도 좌측으로 공장 담벼락이 길게 늘어서고 우측에는 머리넘어 신만석고가 위를 달리는 차량의 속도감을 느끼며 더 들어가다보면 정면에 만석3차 아파트가 보인다. 왼편에 골목을 낀 조선소를 발견하면 길을 제대로 찾은 것.
 골목 담벼락을 유심히 살피면 작은 간판이 눈에 띈다. 두 세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겨우 갈 수 있는 골목길을 따라 100여m 더 들어가면, 포구를 발견하게 된다. 큰 기대만큼 실망도 큰 법. 제법 잘 조성된 포구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아직 4월이 오지 않아 포구엔 썰렁함마저 감돌았다.
 횟감을 즐기는 이들에게 북성포구는 화수부두와는 또다른 맛을 전해준다. 이 곳에 있는 횟집은 갯벌에 기둥을 박아 둑위에 걸쳐놓여 있다. 마치 바다위에 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벌건 ‘간제미’ 매운탕에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끼륵끼륵 갈매기가 친구하자 창 밖을 서성인다.
 주꾸미 철이 되면 작은 포구는 사람들로 붐빈다. 아슬아슬 엇갈려 지날 만큼 좁은 둑이 위험해보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느낄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많은 가 보다. 망둥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면 북성포구에 가면된다.
 정비되지 않은 둑 위에 널려 있는 그물이며, 말린 생선과 굴 까는 아낙. 그리고 바다위 떠다니는 쓰레기가 눈쌀을 찌푸리게 해도, 멀리 공장 굴뚝 뒤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북성포구다. /글·사진=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