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1)

 넓은 벌판이었다. 2천여명의 병사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는 벌판

북쪽에는 민둥산이 성벽처럼 시야를 막고 있고, 맞은편으로는 남반부

군사분계선과 맞닿은 철책지대가 아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병사들은 아까부터 민둥산 밑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인구는 산밑에 박혀 있는 나무기둥을 바라보며 자꾸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마르면서 갈증이 밀려왔다.

 한참 후 공병대 선임하사를 태운 화물자동차가 도착했다. 경무(헌병)의

손에 끌려 차에서 내려온 공병대 선임하사는 달아나지 못하게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절그렁 절그렁 자갈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푸르뎅뎅하게 멍이 든 두 뺨에선 피가 흘러내리다 말고

엉겨붙어 있었다. 머리는 삭발을 시켜 머리통 전체가 맨둥맨둥해 보였고,

한쪽 눈두덩은 퉁퉁 부어 올라 눈동자마저 묻혀 있었다.

 공병대 선임하사의 양팔을 끼고 집행관 앞으로 걸어가던 경무들은 미리

갖다놓은 의자에 선임하사를 앉혔다. 공병대 선임하사는 고개를 푹

떨어뜨린 채 의자에 앉았다. 집행관은 잠시 공병대 선임하사의 거동을

지켜보다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춰 앉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조국을 버리고 남반부로 달아나려다 붙잡힌 민족반역자

노민석에 대한 처형을 시작하겠다.

 웅성웅성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집행관의 거동을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의 표정은 일시에 굳어버렸다. 집행관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병사들을 잠시 지켜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인민을 배반하고 민족반역자의 길을 걸어온 노민석을 형법에 의거

총살형에 처한다. 집행관이 처형을 선포하자 경무들은 의자에 앉혀 놓은

선임하사를 일으켜 세웠다. 공병대 선임하사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만 흑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병사들은 시커멓게 굳은 표정으로 노민석

선임하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경무들은 총살집행현장에 세워놓은 나무기둥 쪽으로 선임하사를 데리고

갔다. 한 발자국씩 선임하사가 발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절그렁절그렁

족쇄 끌리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인구는 그 소리가

들려올때마다 심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날카로운 유리조각으로 애간장을

도려내는 것 같아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공병대 선임하사는 세워놓은 나무기둥에다 몸을 묶으려고 하자

완강하게 저항했다. 경무들이 그의 양옆으로 바싹 달라붙으며 두 팔을

잡아챘다. 그래도 공병대 선임하사는 발버둥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동무들, 빨리 공화국 군대를 떠나라. 공화국 군대는 한번 과오를

범하면 회생불능이다. 용서가 없는 이곳은 동무들이 젊음을 바칠 곳이

못된다. 빨리 자유의 땅으로 건너가 조국이 통일될 때까지 목숨을 아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