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44)

 피해자 부모들이 밖으로 나가자 기술부원장은 정남숙 과장과 김재순

과장을 자기 앞으로 당겨 앉히며 물었다.

 『저 동무들 어디 가서 약이라도 몇병 구해올 사람들 같은가?』

 『기다려 봐야지요. 앞날이 구만리 같은 자식들 일생이 걸린 일인데

부모가 그냥 손놓고 있겠습니까?』

 김재순 과장이 말을 받아주자 기술부원장은 길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도 병원에서는 받지 않겠다고 우는 소리부터 먼저 내는데 그 아이들

어떻게 해야 좋은가? 페니실린 주사하지 않으면 꿰맨 자리 금방 곪아터질

건데…. 려자아이 부모한테 알아듣도록 말은 해 주었는가?』

 김재순 과장은 기술부원장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의사이기 전에 딸자식을 둔 에민데 부모한테 어드러케 그 가슴

아픈 사연을 다 이야기해 줍니까?』

 동조하듯 정남숙 과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딸자식이 악질 청년들한테

끌려가 윤간을 당해, 여자의 생명 같은 생식기가 눈뜨고 못 볼만큼

찢어지고 더럽혀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슴에 골병들지 않는 어머니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만약 평양에 나가 공부하고 있는 둘째 인숙이가 그런

참변을 당했다면 그녀는 자기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니까 김재순 과장의 판단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한 마디 보탰다.

 『기렇시요. 우리도 의사이기 이전에 딸자식을 둔 에민데 기런 말은

못합네다. 그 말 듣고 혼절이라도 해버리면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어드러케 하겠다는 말인가?』

 기술부원장은 답답하다는 듯 김재순 과장을 바라봤다. 김재순 과장은

정남숙 과장을 보며 웃었다.

 『남숙동무와 토론해 봐야지요. 설마 장마당에도 없을라구요.』

 정남숙 과장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럼요. 우리 세대주 이야기 들어보니까니 어제도 안전원들이

장마당에 나가 지도검열하면서 페니실린과 광폭항생제를 두 상자나

압수했다 합디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압수된 항생제와 페니실린 중에서

반수 이상은 남조선에서 생산된 의약품이라고 합디다.』

 기술부원장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스기 소린가? 남조선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어드러케 은혜읍

장마당까지 유입되었단 말인가?』

 『우리 세대주 말로는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보따리 장사들이

남조선을 내왕하는 무역일꾼들과 결탁해 각종 의약품을 반입시키고 있다고

합디다. 그런데 남조선에서 생산된 페니실린과 광폭항생제는 약효가

뛰어나서 중국제보다 엄청 비싸다는 말까지 합디다.』

 기술부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정남숙 과장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