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24)

 세사람은 거의 졸다시피 하며 군중문화오락시간을 때웠다. 개인자유시간이 돌아오자 박남철 전사는 세탁물을 들고 나왔다. 시간이 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던 김만호 전사와 리상혁 전사도 진흙탕이 된 작업복과 양말을 들고 나왔다. 세 사람은 무슨 약속이나 한 듯 미뤄 놓은 옷가지들을 빨아 늘었다.

 이윽고 시계가 밤 열 시를 때리고 개구리 울음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서로 경쟁을 하듯 자자하게 들려오는 취침시간이 되었다. 세 사람은 잠자리에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면서 밤이 더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소쩍 소쩍 소솥쩍….

 개구리 울음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를 밀치며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철철 피가 흐르는 듯한 처절함을 안겨 주는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으니까 문득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에구머니나! 아침저녁으로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또 부황 드는 보릿고개가 돌아왔는가 봐. 어케 저렇게 애절하게 울어댈까…?』

 해마다 이맘때쯤 소쩍새가 애절하게 울어대면 그의 어머니는 량강도 산골에 계시는 외할머니 걱정에 밤잠을 못 이뤘다. 그런 어머니에게 배고파서 돌격대 생활 못하겠다고 편지를 보냈으니 어머니는 량강도 외할머니 걱정에다 돌격대 나간 아들 걱정까지 겹쳐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조금만 더 참든지, 아니면 도적질을 해 서라도 배고픔 따위는 내 스스로 해결할 일이지 왜 그런 편지를 생각도 없이 보냈을까? 나도 정말 한심한 놈이야….

 박남철 전사는 혼자 괴로워하며 후회했다.

 그러나 이미 부쳐버린 편지를 새처럼 날아가서 도로 가지고 올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는 답답하고 울적한 가슴에 술이나 몇 잔 부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는 그새 밤 11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세 사람은 잠자리를 빠져 나와 어제 밤처럼 관리소 뒤 야산 바위 밑으로 올라갔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사람은 묻어 둔 고기를 파내고, 또 한사람은 곤로에 불을 당겨 물을 끓였다. 박남철 전사는 술을 부어 마실 양재기와 고기를 삶을 때 넣을 된장을 준비했다.

 얼마 후 김만호 전사가 고기가 다 익었다고 했다. 리상혁 전사와 박남철 전사는 양은 솥 곁으로 다가갔다. 김만호 전사가 고기를 썰면서 술병을 따라고 했다.

 세 사람은 술을 한 잔씩 부어 마시며 살코기를 소금에 찍어 안주로 먹었다. 고기 맛이 어제 저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전 별미였다. 술이 불그레하게 피어오르니까 고기 맛이 더 기가 막혔다. 돼지의 갈비살을 물어뜯을 때는 그 쫄깃쫄깃한 맛이 누구 한 사람 죽어도 모를 지경이었다. 거기다 40도가 넘는 들쭉술 맛은 고기를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게 향기를 쳐주는 것 같았다. 그 통에 4홉들이 들쭉술 한 병은 얼마 안 가서 바닥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