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빵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은 누구일까.

 제과점들이 각기 독특한 풍미와 맛을 지니고 있고 개인 취향이 다른 까닭에 딱히 누구라고 꼽기 어렵지만 적어도 국가적으로 공인받은 사람은 유헌식씨(51ㆍ동구 송현1동 90ㆍ☎772-4432)다.

 그는 지난 97년 인천에서 처음으로 국가제과기능장이 됐다.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제과기능인이라는 것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쉽게 말하면, 인천시내 곳곳에 있는 「샤보리베이커리」의 대표가 바로 유씨다. 샤보리베이커리는 본점(동구 미림극장 건너편)을 비롯해 동인천, 연수구, 부평구 등 인천시내에만 20여개 체인점이 있다. 모두 유씨와 친구가 함께 운영하는 공장에서 만드는 빵과 과자를 매일 받아 판매하는 프렌차이즈점이다.

 체인점에 공급되는 빵, 케이크, 양생과자 등의 종류는 120여가지. 95~96년 호황기때는 밀가루 30~40포대, 설탕(15㎏) 20포, 마가린(4.5㎏) 40~50개, 계란 200판이 하루에 동나버릴 정도였다. 30여명이 새벽 4시에서 밤 8시까지 꼬박 만들어야 소화해낼 수 있는 분량이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요즘도 그는 공장에 살다시피 한다. 미국, 일본 등 외국 제과관련 서적의 레시피(요리ㆍ과자의 제법이나 비결)를 참조해 고객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제조공정을 일일이 살핀다.

 2~3일에 한번은 본점에 나가 건강빵ㆍ특수빵 등 제과점에서 직접 만드는 즉석빵이 제대로 나오는지 살펴보고 고객 선호품목 등을 점검한다.

 카타르의 코리안베이커리스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몸타즈 등 외국제과제빵회사에 조언도 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제과협회 인천시지회장에 선출돼 더 분주하게 지낸다.

 제과제빵에 관한한 1인자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그가 걸어온 세월은 30여년. 70년 입사한 한 회사에서 빵 만드는 것을 보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과점에서 일하며 실력을 키워가다가 74년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에서 3개월간 제과제빵 연수를 받았는데 유씨는 과정을 최우수로 졸업, 당시 가장 유명하던 서울 강남의 제과점 「태극당」 공장장으로 스카우트돼 일했다.

 이후 제과점 운영(인천 주안, 신흥동), 카타르 「코리안베이커리스」 공장장, 제과점 재개업(인천 신현동) 등 이력을 쌓으며 실력을 다져나갔다.

 『태극당 공장장 시절입니다. 스스로 흡족하다고 할때까지 혼자 밤새워가며 「슈」를 수십번 만들어 결국 비법을 터득한 적이 있습니다. 카타르에서는 외국인이 바게트를 들고 와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해 빵을 먹어봐가며 레시피를 작성한 뒤 수십차례 만들기를 반복,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지요.』

 국가제과기능장 취득도 쉽지는 않았다. 전국 수십명 지원에 불과 2~3명이 합격하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3차례 도전끝에 목적을 이뤘다. 그에 앞서 93년에는 대한제과협회 주최 SIBA국제빵과자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동종업계에서는 체인점을 거느린 사업가이니 그는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유씨는 다르다.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뒤 연구소를 낼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아직 멀었다며 웃는다.

 『빵에 관해서는 전국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감히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지만 자신에 차 있었다.

〈손미경기자〉 mgso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