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로 가는 중국 여행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 생활에서 탈출, 이국적 분위기에서 신년 설계를 하고 싶으십니까? 시간은 있으나 자금이 없어 해외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배편을 이용, 중국여행길에 나서보십시오. 30만∼40만 원으로 2008년 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자금성, 만리장성, 명13릉, 천단공원, 이화원은 물론 삼국지 역사현장을 6박7일간 둘러볼 수 있는 저가 여행상품을 활용하세요. ‘만만디(慢慢地:느릿느릿)에서 콰이콰이디(快快地:빨리빨리)’로 변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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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뱃길 이용 베이징 여행
 인천 제2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중국 텐진(天津)까지 이동한다. 해상 날씨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으나 24시간 정도 배안에서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며 가족간 우의를 다질 수 있다. 진천 국제 객화 항운의 천인호를 이용할 경우 인천에서 화요일 오후 1시와 금요일 오후 7시에 출발하는 배편이 있다. 2만6천500t의 크루즈급 선박내에 로얄(2인1실 침대), 비즈니스(4인1실 침대), 일반실(8∼12인실) 등 다양한 시설이 준비돼 있으며 면세점과 식당, 오락실, 슬롯머신 등도 운영된다. 여객선에서 바라보는 해돋이와 해넘이는 새해 벽두, 마음을 다잡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배멀미가 심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약간의 흔들림만 느낄 뿐 고통을 호소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 여객선 내 면세점은 술과 담배류는 다양한 편이나 화장품, 보석류는 다소 부실한 것이 흠.
 텐진에서 차로 2시간이면 허베이성(下北) 랑팡(廊坊)에 도착하며 베이징도 4시간 내외의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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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관광지
 ▲허베이성 일대 랑팡 및 탁주=중국의 경기도라 할 수 있는 허베이성 랑팡은 교육특구인 동방대학성(東方大學城)과 제일성(第一城·띠이청)이 주요 관광 코스다. 동방대학성에는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대학 등 40여개의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으며 현재 재학생만 10만 명이 넘는다. 중국 인민폐로 120억 원이 투입되는 동방대학성은 학생 15만 명 유치가 목표며 미국의 스탠포드대학처럼 학교내 각종 유흥시설이 들어와 있을 뿐 아니라 호텔도 입주해 있다.
 제일성(띠이청)은 생태·관광도시를 추구하는 랑팡시가 최근 건설한 ‘짝퉁 문화공간’으로 명청(明淸)시대 성곽 모습과 각종 중국식 연못, 불교시설을 최근에 지었다. 특히 왕궁 모양으로 꾸민 최고급 호텔과 2개의 골프장 등을 갖춰 놓아 황제 대우를 받으며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탁주는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이든 기념하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이곳에 삼의궁이란 건물을 지어 현덕 유비, 운장 관우, 익덕 장비는 물론, 공명 제갈량 등 삼국지에 나오는 주요 인물과 상황 설명 모형을 만들어 놓고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北京)=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3천 년 역사를 품고 있는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일뿐만 아니라 2008년 올림픽 개최지여서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00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광장 톈안먼(天安門) 광장 동쪽 중국역사박물관 주변에는 2008년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 1989년 톈안먼 사태때 탱크와 장갑차가 남긴 역사의 상처도 느낄 수 있다.
 베이징의 장성(萬里長城)·이화원·고궁·천단 등은 모두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하루 이틀에 둘러보기는 어렵다. 자금성 건물에 사용한 유리기와를 만들었다 해서 유리창거리로 불리는 골동품 시장은 우리나라의 인사동과 같은 곳인데, 현재 철거작업이 한창으로 도굴품인 중국 골동품 상당수를 한국 여행객들이 싹쓸이 해갔다고 한다.
 ▲자금성(紫禁城·쯔진청)=베이징 중심에 있는 명·청대의 황궁이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는 고궁(故宮)이라고 부른다. 부지 면적이 72만㎡에 달하고 전당과 누각이 8천707간(방이 총 9천9백99개)이나 된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완전하게 보존된 목조 건축물 군이다. 1406년 영락 4년에 기공된 후 560년 간 15명의 명나라 황제와 9명의 청나라 황제가 이 곳에서 등극했다. 105만 점의 진귀한 문물이 보존돼 있다. 자금성 전체를 둘러 보는데 하루가 꼬박 걸리고 오문(午門)에서 신무문(神武門)까지 13개의 문(門)과 전(殿) 및 궁(宮)을 가로질러 가는 데만 2시간이 소요된다. 목재건물인 궁의 최대 약점인 화재를 막기 위해 2t의 철로 만든 물동이가 300여 개나 준비돼 있다. 일부 물동이에 금박을 입힌 것을 청 말기 8개국 연합군이 긁어 가 서양인들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반문화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리장성(長城·창청)=‘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호한이 될 수 없다(不到長城非好漢)’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성은 중국을 대표한다. 중국은 10리가 우리나라 같이 4㎞가 아닌 5㎞여서 만리장성은 5천만m에 달한다. 춘추전국시대에 짓기 시작한 장성은 북방의 유목민족들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건설됐으며 베이징에서 서북쪽으로 75㎞ 정도 떨어진 ‘팔달령(교통이 사통팔달로 발달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에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세계 7대 건축물로 꼽히는 장성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희생자를 낳은 유적지다. 때문인지 중국에서는 ‘하루 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 바람속의 만리장성 등정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데 그만이다.
 ▲이화원(이허위엔)과 천단(天壇·티엔탄)=중국에서 젊은 아베크족들은 이화원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노인들은 천단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화원은 서태후의 여름별장이다. 부지면적만 290㏊(290만㎡)다. 본래 평지였던 곳을 파내 만든 곤명호(昆明湖)와 여기서 옮긴 흙으로 쌓은 만수산(萬壽山)으로 구성돼 있다. 서태후가 이화원에 각별한 관심을 둔 것은 피서와 요양 때문이었으며 1903년부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 곳에서 보냈다. 국정을 논할 기회가 많아지자 정원 앞에 궁전과 생활거주지를 함께 지어 이화원은 궁전과 정원 기능을 함께 갖춘 황족 정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서태후가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불태운 이화원의 전신인 북경 청의원의 재건에 군비를 사용하는 등 이화원 관리에 예산을 낭비, 청의 멸망을 앞당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천단은 명과 청의 황제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던 곳이다. 전체 면적은 273만㎡며 명 영락(永樂) 4년(1406)에 짓기 시작, 영락 18년(1420)에 완성했다. 천단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북쪽 벽은 원형, 남쪽 벽은 사각형으로 원형은 하늘을 상징하고 사각형은 땅을 상징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기년전(幾年殿)은 황제가 오곡이 풍성해 지기를 빌던 곳으로 3층의 푸른지붕으로 돼 있다. 중앙 용정주(龍井柱)는 일년 4계절을, 가운데 12개 기둥은 12개월, 바깥쪽 12개 기둥은 12시진(2시간)을, 내외 처마 기둥 24개는 24절기를 상징한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핌픽 유치 확정 후 천단에서 대규모 기념행사를 가졌으며 요즘도 올림픽에 대비,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 여행 후기
 관광을 안내한 베이징대 출신의 조선족 2세 엄성철(37)씨는 “베이징 여자나 허베이 기사와 싸워서 이긴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력이 강하고 드세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의 도심을 중심으로 ‘빨리 빨리’가 정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도 많은 한국 관광객이 뒷골목만 보고 중국을 한국의 1960년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미 베이징은 상류층의 천국이 되었다는 게 엄씨의 설명이다. 베이징의 유명 찻집에는 조선족 아가씨가 우리나라 홈쇼핑식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명13릉(밍스싼링) 인근엔 한국인 전용 상점 및 식당이 들어설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모란봉’ 등 북한식당에 들려 마시는 ‘백두산들쭉술’과 북한 미녀들의 공연도 인상적이다. 베이징 소년궁 극장의 서커스도 여독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가격을 더 낮춘다면 여객선을 이용한 중국여행을 중·고생 수학여행 상품으로 권하고 싶다. /글·사진=김기준기자 gjkim@incheontimes.com